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예정대로 오는 3월 해체된다.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은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 따르면 2월 말 특검 수사가 끝나면 삼성은 3월 초 미래전략실 해체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 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부회장이 지난 17일 구속됐지만 약속은 지키겠다는 것이다.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은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이 부회장과 같은 피의자 처지인 데다 이 부회장 구속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장단 인사는 미래전략실 해체와 연계하지 않고 5월 말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이 나온 뒤 단행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 6일에도 “특검의 수사가 끝나는 대로 미래전략실을 해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래전략실은 이병철 창업주 때인 1959년 회장 비서실로 설립됐다. 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 등 이름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내부에선 ‘실(室)’로 통칭돼왔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는 사업 위주로 운영되고 ‘실’이 △신사업 발굴 △계열사 간 사업구조조정 △인수합병(M&A) △사장단·임원 인사 △계열사 감사 등을 주도해왔다.

다른 그룹과 달리 인사권을 쥐고 있어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현재 계열사에서 파견된 엘리트 인력 250여명이 전략, 경영진단, 인사, 커뮤니케이션, 기획, 준법경영실, 금융일류화추진팀(별도) 등 7개팀으로 나눠 근무 중이다.

삼성은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깨끗하게 미래전략실을 청산할 계획이다. 애초 전략 등 일부 기능은 계열사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백지화했다.

미래전략실 해체는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2년 6월 취임한 최 실장과 10년 이상 미래전략실에 몸담아온 장 차장은 함께 사의를 표명, 해체와 함께 물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사장급인 팀장 일부가 해체 시점에 계열사 사장으로 옮길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삼성은 부인했다. 팀장들은 계열사 전배, 연수를 가거나 무보직으로 남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실상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뤄진 사장단 인사는 오는 5월 말 이 부회장의 1심 판결 이후에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전략실 해체는 2014년께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검토되기 시작했다. 젊고 실용적인 스타일의 이 부회장은 2014년 비서팀을 없애는 등 미래전략실 의존도를 줄여왔다. 미래전략실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때 엘리엇으로부터 ‘법적 근거가 없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해체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약속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다만 60여개가 넘는 대기업으로 구성된 삼성그룹은 어떤 형태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김상조 한성대 교수)이 있다. 일부에선 향후 삼성전자 분할 등을 통해 삼성 지주회사가 만들어지면 계열사 간 사업조정 기능 등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