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매우 화나 있다”며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를 포함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은 너무 늦은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갈수록 강경해지는 발언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외신과 한 인터뷰에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가 취임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이처럼 단정적으로 강한 불만과 대응 방법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지난 12일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대응 방식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을 규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100% 지지한다는 견해만 밝혔다. 지난 13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 때도 “분명히 북한은 크나큰 문제다.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라고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겠다. 회의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더 나은 핵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절대 ‘노(No)’라고 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아마도 매우 늦은 것 같다”며 “우리는 그가 한 일(도발)에 매우 화나 있다”고 했다.

◆“다른 대응 조치도 얘기 중”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서도 북한 문제에 보조를 맞춰 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매우 위험하고 이미 몇 년 전 어떤 조치가 취해졌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중국이 그 문제를 매우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조치를 끌어내는 것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지만 한국과 일본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많은 대응 조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적극 나서지 않을 경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강력 경고한 셈이다. 그는 “미사일방어체계보다 더 많은 얘기도 있는데 논의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24일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친 화법으로 봐야 할지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대응 수준이 높아진 것인지 속단하기 어렵다”며 “한반도 문제에 있어 미국이 대북정책을 재조정한다 하더라도 한국과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방부는 사드를 조기에 배치한다는 기존 계획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사드 부지인 경북 성주골프장을 소유한 롯데상사는 오는 27일 부지 매각을 위한 이사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中 국방부 “한국 신중해야”

일본도 사드 도입 문제를 본격 논의하고 나섰다. 집권 자민당 내 안전보장조사회는 지난 23일 ‘탄도미사일 방위에 관한 검사팀’을 발족하고 첫 회의를 했다.

중국은 이런 주변국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런궈창(任國强)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한국 배치를 위한) 미국과 한국의 움직임은 역내 전략적 균형과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전략적 안보이익에 중대한 해를 가할 것”이라며 “중국은 국가 안보와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이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에 직접적인 근심을 불러일으키는 현안들을 신중히 다루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김동윤 특파원/박상익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