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광장정치로 분열 조장…법치 회복 기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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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어디로…' 대표 지성 4인의 고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새 지도자, 분열 줄일 법제 개편 나서야"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산업화시대 성공 모델 관성 벗어나야"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귀족노조 등 임금 양보로 고용 늘려야"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성장따라 민주의식 발전…한국만 예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새 지도자, 분열 줄일 법제 개편 나서야"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산업화시대 성공 모델 관성 벗어나야"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귀족노조 등 임금 양보로 고용 늘려야"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성장따라 민주의식 발전…한국만 예외"
‘시대의 지성’으로 불리는 4명의 학자가 24일 ‘더 나은 한국 사회로 가기 위한 길’에 대한 고민을 한자리에서 풀어놨다. 탄핵 정국 막바지를 맞아 혼돈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한국 사회에 대한 외침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광장은 넉 달 동안 촛불과 태극기로 갈려 있다. 이런 식이면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과를 내놔도 적지 않은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80),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80), 송호근(61)·장덕진(51)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박태준미래전략연구포럼’에서 시민들의 의식 변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질주의에 갇힌 유일한 나라
장 교수는 ‘데이터로 본 한국인의 가치관 변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주요 국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추이에 따른 가치관 변화를 비교·분석한 통계적 연구다.
이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는 경제성장과 가치관 변화 간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명목 GDP가 낮을수록 경제성장, 안보 등 ‘생존’에 필요한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보였다. 명목 GDP가 높아지면 성적 소수자, 환경 보호, 양성 평등 등 다양한 가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은 1981년부터 1996년까지 명목 GDP상으로 무려 7배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뤘음에도 가치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장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경제성장에 따라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강화되다가 일정 시점이 지나면 민주의식이 발전한다”며 “한국 사회는 이런 보편적 패턴을 따르지 않은 유일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요지부동의 가치관’이라 표현했다.
송호근 교수는 “한국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신뢰와 관용에 기반한 ‘공민(公民)’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시민운동으로 민주화를 이뤘지만 이후 각계각층에서 쏟아진 다양한 요구를 정치권이 제도화하고 조정하는 데는 미숙했다”며 “민주화의 에너지는 역설적으로 포용보다 배제라는 권위주의의 논리를 닮아갔다”고 말했다.
송호근 교수는 사회 불평등 해소가 공민을 형성할 첫단추라는 분석을 내놨다.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기득권의 양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 정치는 고소득층의 임금 양보에서 시작한다”며 “귀족노조 등의 임금 양보는 기업의 지불능력을 키워주고 이는 곧 고용 증대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 증대는 세수를 늘리고 이는 복지로 이어져 격차가 줄어든다”며 “줄어든 불평등은 시민성의 고양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가 이젠 과거 시대의 경제·안보논리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복 명예교수는 “한국 사회는 효율성 위주의 산업화시대 성공모델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복지를 조금이라도 늘리면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도그마에 빠져 있다”며 “전쟁과 한강의 기적이 남긴 유산에서 이제는 탈피할 때”라고 지적했다.
◆“분열 조장해선 안 돼”
이들은 집회를 통한 정치 참여를 긍정하면서도 분열에서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명예교수는 “광장의 분열은 법과 제도의 미비가 낳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새로운 지도자는 국가의 분열을 줄일 법제 개편에 나서야 한다”며 “더 나은 사회란 더 인간적인 사회로 인간성 회복, 포용과 분열로 인한 혐오 극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호근 교수는 “광장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건 자연스럽고 정당한 일”이라면서도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인들이 광장 정치로 분열을 조장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명예교수는 “광장의 민주주의는 결과적으로 한국 정치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탄핵 이후 한국 사회를 위한 제언도 내놨다. 김 명예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법적 책임이 있는지는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그러나 도의적 책임은 져야 하는 게 지도자의 자세”라고 말했다.
송 명예교수는 “박 대통령이 자진 하야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재가 탄핵을 기각한다 해도 원로들이 박 대통령을 설득해 명예로운 하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질서 있는 퇴진이나 이원집정제 등 여러 가능성이 있었는데 자진 사퇴의 적기를 놓쳐 통합의 기회까지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회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송호근 교수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한국 사회의 통합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이제는 분열, 배제의 정치를 끝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황정환/구은서 기자 jung@hankyung.com
◆물질주의에 갇힌 유일한 나라
장 교수는 ‘데이터로 본 한국인의 가치관 변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주요 국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추이에 따른 가치관 변화를 비교·분석한 통계적 연구다.
이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는 경제성장과 가치관 변화 간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명목 GDP가 낮을수록 경제성장, 안보 등 ‘생존’에 필요한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보였다. 명목 GDP가 높아지면 성적 소수자, 환경 보호, 양성 평등 등 다양한 가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은 1981년부터 1996년까지 명목 GDP상으로 무려 7배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뤘음에도 가치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장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경제성장에 따라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강화되다가 일정 시점이 지나면 민주의식이 발전한다”며 “한국 사회는 이런 보편적 패턴을 따르지 않은 유일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요지부동의 가치관’이라 표현했다.
송호근 교수는 “한국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신뢰와 관용에 기반한 ‘공민(公民)’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시민운동으로 민주화를 이뤘지만 이후 각계각층에서 쏟아진 다양한 요구를 정치권이 제도화하고 조정하는 데는 미숙했다”며 “민주화의 에너지는 역설적으로 포용보다 배제라는 권위주의의 논리를 닮아갔다”고 말했다.
송호근 교수는 사회 불평등 해소가 공민을 형성할 첫단추라는 분석을 내놨다.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기득권의 양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 정치는 고소득층의 임금 양보에서 시작한다”며 “귀족노조 등의 임금 양보는 기업의 지불능력을 키워주고 이는 곧 고용 증대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 증대는 세수를 늘리고 이는 복지로 이어져 격차가 줄어든다”며 “줄어든 불평등은 시민성의 고양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가 이젠 과거 시대의 경제·안보논리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복 명예교수는 “한국 사회는 효율성 위주의 산업화시대 성공모델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복지를 조금이라도 늘리면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도그마에 빠져 있다”며 “전쟁과 한강의 기적이 남긴 유산에서 이제는 탈피할 때”라고 지적했다.
◆“분열 조장해선 안 돼”
이들은 집회를 통한 정치 참여를 긍정하면서도 분열에서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명예교수는 “광장의 분열은 법과 제도의 미비가 낳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새로운 지도자는 국가의 분열을 줄일 법제 개편에 나서야 한다”며 “더 나은 사회란 더 인간적인 사회로 인간성 회복, 포용과 분열로 인한 혐오 극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호근 교수는 “광장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건 자연스럽고 정당한 일”이라면서도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인들이 광장 정치로 분열을 조장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명예교수는 “광장의 민주주의는 결과적으로 한국 정치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탄핵 이후 한국 사회를 위한 제언도 내놨다. 김 명예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법적 책임이 있는지는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그러나 도의적 책임은 져야 하는 게 지도자의 자세”라고 말했다.
송 명예교수는 “박 대통령이 자진 하야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재가 탄핵을 기각한다 해도 원로들이 박 대통령을 설득해 명예로운 하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질서 있는 퇴진이나 이원집정제 등 여러 가능성이 있었는데 자진 사퇴의 적기를 놓쳐 통합의 기회까지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회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송호근 교수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한국 사회의 통합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이제는 분열, 배제의 정치를 끝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황정환/구은서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