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칼럼] 경제 자유화, 청년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
“왜 지도자가 되려 하고, 지도자가 되면 무엇을 이룰지 숙고하라. 천하의 대략에 관한 안목과 식견을 길러라. 국정의 기본을 깨닫지 못하면 지도자의 길을 포기하라.” 지난달 작고한 박세일 교수의 유고 ‘지도자의 길’에 담긴 글이다.

그러나 최근 대선주자들을 보면 ‘왜’나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에만 몰입한 것처럼 보인다. 국정의 방향과 전략을 열심히 학습하거나 여러 의견을 두루 듣는 것 같지 않다. 청년 일자리 공약이나 설명만 해도 알맹이가 없고 일면만 부각한다. 심지어 선동 프레임에다 날림 정책을 덧칠해 청년들 기대와 갈증만 부추기는 후보도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최근 4년간 가파르게 상승한 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24세 실업률도 2000년 후 최고치를 경신하며 미국마저 앞질렀다. 씨티그룹이 뉴욕 등 세계 25개 도시를 조사했더니 서울 청년들의 일자리 전망이 가장 어두웠다고 한다.

청년 일자리의 지름길은 생산성 향상이고, 그 핵심은 경제를 자유화하는 구조개혁이다. 생산성이 올라가면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50년 생산성과 일자리 증가세가 동행하는 흐름을 보인 데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생산성은 그대로 둔 채 일자리를 늘리기는 어렵다. 구조개혁에 관해 여기서 일일이 논할 수는 없다. 청년이 일할 기회, 청년이 일하는 여건, 청년이 일할 수 있는 역량 등 세 가지만 강조한다.

첫째, 산업화시대의 낡은 규제와 그에 수반된 기득권을 줄여 청년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 한국 사회경제시스템은 대량생산 중심의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어 높아진 청년의 기대에 걸맞은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다. 조직·제도·기술·규범·문화를 공유경제, 주문형 서비스와 ‘독립형 일자리’,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갱신해야 한다. 이미 검증되고 익숙한 기술·제도와 일하는 방식이 청년 일자리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특히 전문자격·면허를 비롯해 기득권에 갇힌 서비스산업 문턱과 울타리를 낮춰 신산업이 태동할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최근 3년에 걸쳐 ‘중국’ ‘국가’ 등 명칭이 붙은 공인자격 618개 중 434개를 폐지했다. 거래비용을 줄이고 공급 구조개혁, 대졸자 취·창업 및 근로자 직종 전환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한편 ‘독립형 일자리’는 세계적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우리도 독립형 일자리가 차츰 늘고는 있지만 수익구조가 취약하고 자금의 정부 의존도가 높다. 무엇보다 기존 산업과의 갈등으로 발목이 잡힌 경우가 허다하다.

둘째, 일하는 여건도 청년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져 있다.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렵고 진입해도 심각한 불평등에 맞닥뜨린다. 정규직 중심 제도와 관행에서 탈피해 고용 유연성을 확대하고, 상명하복, 선례 답습과 연공서열에 기초한 조직문화와 운영시스템을 불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낙인과 청년 눈높이의 쏠림을 완화하기 힘들다.

셋째, 청년이 일할 기회를 늘리고 청년에게 불리한 근로 여건을 바로잡더라도 청년들 역량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없다. 암기와 주입 위주의 표층학습에서 벗어나 창의적이면서 협력·소통, 코딩과 컴퓨팅 사고의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야 한다. 적성과 진로계획에 따른 맞춤형 선택과정, 동기와 창의를 북돋우는 프로젝트 수행을 늘려야 한다. 평생학습체제를 강화해 ‘선(先)취업-후(後)진학’도 촉진해야 한다.

구조개혁에는 저항과 고통이 수반한다. 기득권 재편과 그 연착륙을 위한 고심과 설득은 외면한 채 손쉬운 대책만 찾는 그런 지도자를 뽑기엔 청년 취업난이 너무 심각하다.

박재완 < 성균관대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