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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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쇼핑목록 첫 칸을 채웠던 원유 상품이 올 들어 자취를 감췄다.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뱅크론(시니어론)이나 인프라·천연가스 ETF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안정된 유가, 금리 상승 등 달라진 경제환경이 해외 ETF를 굴리는 투자자 입맛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각광받는 뱅크론·인프라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은 유가를 1~3배 추종하는 해외 ETF 상품에 대거 몰렸다. 해외 ETF 거래 1~3위를 모두 유가 상품이 차지했다. 금 관련 상품과 중국지수 ETF 등도 매매 상위권에 들었다. 중국 ETF는 기관투자가가 주로 매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투자자는 원자재에만 쏠렸다는 설명이다. 2015년 이후 이어진 현상이다.

올해는 다르다. 지난 23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 ETF 거래 목록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한 번도 상위권에 오른 적 없던 상품이 눈에 띈다. 5630만달러어치가 거래된 ‘POWERSHS SR LOAN’(코드 BKLN)이 대표적이다. 이는 미국에 상장된 시니어론(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에 담보를 받고 자금을 빌려주는 변동금리대출)을 추종하는 ETF다. 시니어론은 금리상승기 대표적인 수혜 상품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오르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값 하락을 상쇄할 수 있다. 담보가 있다는 점에서 하이일드채권과도 구별된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0.17%지만 올해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거래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Alerian MLP ETF’(1945만달러·AMLP)도 올해 처음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에너지·인프라 관련 기업 가운데 미들 스트림(중간 공정)에 투자하는 마스터합작회사(MLP) ETF다. 미국의 중대형 파이프라인 제공기업 혹은 시추기업 26개 종목이 편입돼 있다. 지난해 말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정책 수혜주로 꼽혔다.
◆원유에서 금·천연가스로

‘쇼핑 리스트’가 달라진 데에는 지난해 1·2위를 차지한 유가 상품이 상장폐지된 영향도 크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 변동폭의 3배 이익을 내는 ‘VS 3X LONG CRUDE’(UWTI)와 ‘VS 3X INV CRUDE’(DWTI)는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해 각각 4억6513만달러, 4억2279만달러어치를 거래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해 11월 상장폐지됐다. 전래훈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 연구원은 “기존 크레디트스위스에서 씨티그룹으로 운용사가 바뀌어 같은 구조의 후속상품이 나오긴 했다”며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이 매매하고 있지만 올 들어선 유가가 안정적이어서 다소 관심이 떨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심심해진’ 원유가 빠진 자리는 금과 천연가스가 메웠다. 둘 다 최근 가격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며 변동성이 커졌다. 글로벌 금광지수를 3배 추종하는 ‘DIRXN DAILY JR BULL GOLD 3X’(JNUG)는 올 들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거래(5763만달러)한 상품이다. 금선물가격 변동폭의 3배 수익을 내는 ‘Direxion:Jr Mnr’(2194만달러·JDST)와 ‘DIREXION DAILY GOLD MINERS INDEX BU’(2081만달러·NUGT) 역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천연가스 선물가격을 3배 추종하는 ‘VELOCITYSHARES 3X LONG NATURAL’(1837만달러·UGAZ)도 올 들어 많이 거래됐다.

전 연구원은 “투기성향이 강한 원유 투자자들의 관심이 단기 바닥권이었던 금과 천연가스 쪽으로 옮겨 갔다”며 “2~3배 레버리지 상품은 가격 등락에 따른 리스크가 매우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