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27일 오전 5시11분

[마켓인사이트] 주력사업 실적 둔화된 남양유업, 금융투자 확대 '약 될까 독 될까'
남양유업이 금융투자 규모를 매년 급속히 늘려가고 있다. 분유 우유 등 주력 사업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일각에선 본업 투자에 소홀해져 회사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설비보다 금융투자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1361억원(연결기준) 규모의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유동자산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유동자산(5760억원)의 23.6%에 달하는 규모다. CJ제일제당(1.0%), 농심(1.5%), 매일유업(6.7%) 등 다른 식품회사를 압도하는 비중이다.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은 기업이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 파생상품 등 금융자산이다. 상장사는 결산 때마다 해당 자산의 공정가치(시세) 변동을 손익으로 반영해야 한다.

남양유업은 2015년부터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을 가파르게 늘리고 있다. 2014년 말 346억원에서 2015년 말 609억원으로 늘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두 배가 넘는 규모로 확대했다.

지난해 늘어난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은 같은 기간 유형자산 취득액과 건설 중인 자산 금액을 합친 설비투자 금액(258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설비투자보다는 금융투자에 힘을 쏟았다는 얘기다. 해당 금융자산은 주식 412억원(30.3%), 머니마켓펀드(MMF), 461억원(33.9%), 주가연계채권(ELB) 487억원(35.8%)으로 구성됐다.

◆실적 둔화 돌파구 될까

남양유업이 금융투자를 늘리는 것은 둔화된 실적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남양유업은 2011년 496억원, 2012년 6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다 이른바 ‘대리점 갑질’ 사건이 터진 2013년 175억원, 2014년 26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5년 201억원으로 흑자전환한 뒤 2016년 420억원(잠정치)의 이익을 냈으나 2012년 이전 실적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남양유업은 매출 확대보다 판매·관리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익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은 9249억원으로 2015년 같은 기간(9127억원)보다 122억원 늘어난 데 비해 판매·관리비는 2404억원에서 2219억원으로 185억원 줄었다. 당장 이익을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판매·관리비와 설비투자를 줄여 얻어낸 단기 처방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도 중장기 성장보다는 단기 실적 향상을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평가다.

남양유업은 금융투자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와 2015년 당기손익금융자산 평가 및 처분이익은 각각 9억여원에 불과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금융투자에서 손실을 내면 회사 경영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변동성이 크지 않게 점진적으로 수익을 쌓아가는 구조로 금융자산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