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패스트파이브가 운영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입주기업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습. 패스트파이브 제공
스타트업 패스트파이브가 운영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입주기업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습. 패스트파이브 제공
로비에 들어서면 음악이 흘러나온다. 커피는 물론 맥주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따라 마실 수 있다. 한쪽에는 ‘푸스볼(테이블 축구)’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노트북을 펼치고 업무를 보는 사람도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업무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의 모습이다. ‘원조’ 격인 ‘위워크’를 필두로 한국의 스타트업인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 그리고 대기업인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블랙’까지 강남권을 중심으로 코워킹 스페이스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스타트업 리포트] 사무실보단 라운지…밀레니얼 세대형 '공유 오피스'
◆밀레니얼 세대 겨냥한 업무공간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업무에 필요한 기자재가 대부분 갖춰져 있다. 계약도 단기로 가능하다. 보통 사무실을 구하려면 연 단위로 계약을 맺어야 하고 기자재도 값이 비싸 사업을 막 시작한 스타트업에는 부담이 크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직원 2~3명 규모의 작은 스타트업이 월 40만~80만원(1인 기준) 정도에 자기 사무실을 쓸 수 있게 해준다.

이전에도 ‘소호(soho)’라는 이름의 비슷한 서비스가 있었지만 잘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는 1980년 이후 출생자들을 타깃으로 한다. 독서실보다는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는 게 더 익숙한 세대다. 사무실에만 계속 앉아 있기보다는 동료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일하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이 같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파악한 미국의 위워크라는 스타트업이 2010년 코워킹 스페이스 개념을 처음 내놨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인테리어를 갖추고 사무공간보다는 함께 토론하고 즐길 수 있는 라운지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또 아이디어는 있지만 사업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을 위해 세무, 상표권 등록, 계약서 작성 등 사업을 위한 기본적인 교육도 해준다. 입주한 스타트업 간 네트워킹을 주선해 새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돕는 역할도 한다.

위워크 관계자는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알아서 친해지다가 회사를 합치거나 협업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위워크는 창업 6년 만에 160억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시설보다 스타트업 이해하는 게 중요”

2016년 위워크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국내에서도 코워킹 스페이스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위워크는 서울 강남과 을지로에서 고층 건물을 하나씩 운영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패스트파이브가 강남에 공유오피스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스파크플러스도 역삼역 근처에 1호점을 냈는데 워낙 인기가 좋아 인근에 5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빌려 2호점을 내기로 했다.

시장이 커지자 대기업도 진출했다. 현대카드가 강남역 위워크 바로 옆에 ‘스튜디오 블랙’을 열었다. 패스트파이브나 스파크플러스 등 한국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공간은 싸고 실용적인 분위기고, 위워크나 스튜디오 블랙은 좀 더 고급스럽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얼핏 보면 건물을 임차해 인테리어만 갖춰 놓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일하는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에서 2010년 위워크가 등장한 이후 비슷한 모델이 많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위워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위워크나 스튜디오 블랙이 시설은 더 좋지만 스파크플러스나 패스트파이브가 공실률은 더 낮다.

남윤선/이승우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