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몰입하게 하는 캘리그라피, 써보면 힐링돼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더캘리' 정경숙 작가 인터뷰
치료효과 주목해 '캘리테라피' 활용가능성 연구
치료효과 주목해 '캘리테라피' 활용가능성 연구
[ 김봉구 기자 ] ‘마음속 푸른 꿈을 먹물로 가슴에 새기는 드림그라퍼(Dreamgrapher)’. 정경숙 더캘리 작가(사진)가 자신을 소개하는 문구다. 그래서인지, ‘캘리그라피=예쁜 글씨’라는 통념과 달리 그가 즐겨 표현하는 ‘꿈’이란 글씨에는 유독 힘이 실려 있다.
인터뷰 첫머리에 물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건가요?” 정 작가가 동의했다. “그러게요. 돌이켜보면 제 강의의 핵심 주제는 ‘꿈’인 것 같아요.” 이어 말했다. “평범한 것 같지만 우리가 늘 마음속에 품고 살아야 하는, 그런 거잖아요.” 저마다 꿈이 다르듯 각자가 손으로 써낸 ‘꿈’ 자의 느낌도 매번 달랐다고 그는 전했다.
꿈이라는 키워드는 정 작가가 생각하는 캘리그라피의 역할과 맥이 닿는다. 한경닷컴 스내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인 그는 “단순히 글씨 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내일을 다짐할 수 있는 에너지를 끌어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 작가가 기업 강의를 시작한 것은 16~17년 전이다. 직원 대상 손글씨 광고 교육전문가를 찾던 LG생활건강이 연락해왔다. 정 작가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서 영업팀을 거쳐 판촉팀 광고디자인 업무를 하던 때였다. 덕분에 강의를 듣는 영업직 사원들과의 공감대가 컸다. 첫 강의부터 ‘교감’의 힘을 깨달은 정 작가는 이후 자신의 스토리를 곁들이는 방식의 강의를 하게 됐다.
“기업문화가 많이 바뀌었어요. 직원교육으로 예술강좌에 관심 갖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국장급 고위공무원 분들 대상 강의도 했죠. 저에게도 이색 경험이었어요.”
“고위공무원들도 캘리그라피 강의를 들어요?” 궁금해하자 “물론 직능교육으로 캘리그라피를 배운 건 아니었죠. 삶을 돌아보면서 글씨로 풀어보는 취지로 접근했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분들도 성과를 내야 하니 스트레스가 많더라고요. 힐링이 필요했던 거죠”라고도 했다. 정 작가는 ‘몰입’과 ‘힐링’을 캘리그라피의 장점으로 꼽았다. 붓으로 직접 손글씨 쓰는 행위 자체가 주는 몰입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번잡한 마음을 잊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 효과다.
“본질적으로 몰입은 어느 한 가지에 완전히 흡수되는 거예요. 주위의 모든 잡념을 차단하고 집중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몰입할 때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하고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자유로운 느낌을 받죠.”
그는 최근 들어 중증 환자들에게도 재능기부 형태로 강의하고 있다. 친언니가 40대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정 작가는 “암은 가족력이나 식생활 영향이 크지만 스트레스도 한 요인이라고 한다. 캘리그라피는 환자들이 ‘내 삶을 놓아주자’, ‘또 다른 삶을 살아보자’ 이런 마음가짐을 갖도록 돕는다”고 귀띔했다.
캘리그라피가 환자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면 치유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의 암병동에서 힐링 캘리그라피 강의를 하면서 정 작가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다.
그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캘리테라피(캘리그라피+테라피)가 유방암 생존자의 자기효능감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홍익대 디자인콘텐츠대학원)을 쓰고 있다. 캘리그라피의 광고효과에 대한 논문은 많았지만 치료효과에 주목한 선행연구는 없었다는 데 착안했다. 정 작가는 “미술치료의 감정정화 기능, 필사의 심리안정 기능, 글쓰기의 자기효능감 강화, 이 세 가지를 캘리테라피 효과로 들 수 있다”며 “목표의식을 갖게끔 하고 표현을 함으로써 치유하며 손동작으로 신경계를 활성화해 정신을 안정시키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씨는 사람의 성정을 담아냅니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거든요. 그러면서도 서예보다는 실용적이고 표현도 자유롭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오래 남는 것, 스토리가 담긴 것. 그것이 캘리그라피의 진정한 가치라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제 ‘꿈’입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인터뷰 첫머리에 물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건가요?” 정 작가가 동의했다. “그러게요. 돌이켜보면 제 강의의 핵심 주제는 ‘꿈’인 것 같아요.” 이어 말했다. “평범한 것 같지만 우리가 늘 마음속에 품고 살아야 하는, 그런 거잖아요.” 저마다 꿈이 다르듯 각자가 손으로 써낸 ‘꿈’ 자의 느낌도 매번 달랐다고 그는 전했다.
꿈이라는 키워드는 정 작가가 생각하는 캘리그라피의 역할과 맥이 닿는다. 한경닷컴 스내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인 그는 “단순히 글씨 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내일을 다짐할 수 있는 에너지를 끌어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 작가가 기업 강의를 시작한 것은 16~17년 전이다. 직원 대상 손글씨 광고 교육전문가를 찾던 LG생활건강이 연락해왔다. 정 작가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서 영업팀을 거쳐 판촉팀 광고디자인 업무를 하던 때였다. 덕분에 강의를 듣는 영업직 사원들과의 공감대가 컸다. 첫 강의부터 ‘교감’의 힘을 깨달은 정 작가는 이후 자신의 스토리를 곁들이는 방식의 강의를 하게 됐다.
“기업문화가 많이 바뀌었어요. 직원교육으로 예술강좌에 관심 갖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국장급 고위공무원 분들 대상 강의도 했죠. 저에게도 이색 경험이었어요.”
“고위공무원들도 캘리그라피 강의를 들어요?” 궁금해하자 “물론 직능교육으로 캘리그라피를 배운 건 아니었죠. 삶을 돌아보면서 글씨로 풀어보는 취지로 접근했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분들도 성과를 내야 하니 스트레스가 많더라고요. 힐링이 필요했던 거죠”라고도 했다. 정 작가는 ‘몰입’과 ‘힐링’을 캘리그라피의 장점으로 꼽았다. 붓으로 직접 손글씨 쓰는 행위 자체가 주는 몰입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번잡한 마음을 잊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 효과다.
“본질적으로 몰입은 어느 한 가지에 완전히 흡수되는 거예요. 주위의 모든 잡념을 차단하고 집중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몰입할 때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하고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자유로운 느낌을 받죠.”
그는 최근 들어 중증 환자들에게도 재능기부 형태로 강의하고 있다. 친언니가 40대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정 작가는 “암은 가족력이나 식생활 영향이 크지만 스트레스도 한 요인이라고 한다. 캘리그라피는 환자들이 ‘내 삶을 놓아주자’, ‘또 다른 삶을 살아보자’ 이런 마음가짐을 갖도록 돕는다”고 귀띔했다.
캘리그라피가 환자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면 치유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의 암병동에서 힐링 캘리그라피 강의를 하면서 정 작가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다.
그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캘리테라피(캘리그라피+테라피)가 유방암 생존자의 자기효능감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홍익대 디자인콘텐츠대학원)을 쓰고 있다. 캘리그라피의 광고효과에 대한 논문은 많았지만 치료효과에 주목한 선행연구는 없었다는 데 착안했다. 정 작가는 “미술치료의 감정정화 기능, 필사의 심리안정 기능, 글쓰기의 자기효능감 강화, 이 세 가지를 캘리테라피 효과로 들 수 있다”며 “목표의식을 갖게끔 하고 표현을 함으로써 치유하며 손동작으로 신경계를 활성화해 정신을 안정시키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씨는 사람의 성정을 담아냅니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거든요. 그러면서도 서예보다는 실용적이고 표현도 자유롭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오래 남는 것, 스토리가 담긴 것. 그것이 캘리그라피의 진정한 가치라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제 ‘꿈’입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