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00세 이상 노인은 몇 명일까.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통계상으로 지난해 8월 말 기준 1만7188명에 달한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의 수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급속한 고령화의 단적인 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고령화를 제대로 연결지어 인식하지 못한다. 스스로가 몇 살까지 살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의미하는 ‘주관적 기대수명’에서 이런 상황이 여실히 확인된다. 주관적 기대수명을 통계청 생명표의 연령별 기대여명과 비교해 보면 생명표보다 ‘짧은 여생’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생명표상 자신의 나이에 해당하는 기대여명보다 주관적 기대수명을 얼마나 적게 예상할까. 국민노후보장패널 자료의 주관적 기대수명 설문과 생명표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평균 3세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50세 남성의 생명표상 기대여명은 30.8년이라서 80.8세까지 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50세 남성들은 이 보다 3세 적은 77.8세를 자신의 수명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짧은 여생을 예상한다는 점이다. 생명표상 기대여명과 자신의 나이를 더한 뒤 주관적 기대수명을 뺀 수치가 여성은 5세인데 비해 남성은 1세에 불과하다. 영국인 35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여성은 6.1세, 남성은 4.7세, 전체적으론 5.4세의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기대수명을 생명표에 비해 적게 예상하는 경향은 노후 준비의 대표적 수단인 연금 가입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수명을 적게 예상하는 사람일수록 생명표를 기준으로 산출된 연금 보험료가 비싸다고 느껴 연금 가입을 꺼린다. 반대로 긴 수명을 예상하면 연금 가입에 적극적이다.

베이비붐 세대 대상의 연구에 따르면 좀 더 오래 살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자산도 더 많이 축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 노후에 대비해 연금과 자산을 더 준비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게 있다. 바로 자산의 연금화 시점이다. 자산을 스스로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노후 자금을 꺼내 쓰는 ‘자가 연금화 전략’을 사용하면 연금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장수리스크에는 대응하기 어렵다. 그래서 최적의 연금화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 관련 연구들은 부부의 경우 73~82세를 최적 연금화 시점으로 제안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