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모두투어 GS글로벌 삼양식품 등의 오너 일가가 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에 법적 책임이 있는 등기이사로 새롭게 이름을 올린다. 오너가(家)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을 띠고 있지만 경영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해나가기 위한 ‘책임경영’으로도 해석된다.
GS글로벌·한미약품·삼양식품 오너가 전진배치
◆한미약품·모두투어 ‘2세 경영’

한미약품은 이달 10일 주총에서 임성기 회장(77)의 차남인 임종훈 전무(40)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그는 미국 벤틀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한미약품 경영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임 전무의 등기이사 선임은 한미약품의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미약품 모회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지난해 3월 임 회장이 공동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자 그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45)이 단독 대표이사에 이미 선임된 상태다. 임 전무가 등기이사로 부임하면서 장·차남의 승계 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은 임종윤 사장(3.59%)과 임종훈 전무(3.13%)가 엇비슷하다. 장·차남이 어떤 사업 영역과 계열사를 맡아 승계 기반을 닦을지 주목된다.

모두투어는 우종웅 회장(70) 장남인 우준열 전략기획본부장(40·상무)을 이달 24일 열리는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우 본부장은 오는 21일 열리는 모두투어리츠의 기타비상무이사로도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우 회장이 고령인 만큼 승계 작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S는 4세 시대 ‘개막’

GS글로벌은 이달 24일 주총을 열어 허동수 GS칼텍스 회장(74)의 장남인 허세홍 GS글로벌 대표이사 내정자(48·부사장)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허 대표는 GS그룹 오너 4세로는 처음 계열사 대표이사에 발탁됐다.

그는 ‘미스터 오일’로 통하는 허 회장의 경영 궤적을 따라 국내외 정유업계 현장을 두루 밟았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을 거쳐 GS 계열사의 정유사업 합작파트너인 미국 쉐브론에 근무하다가 2006년 GS칼텍스에 입사했다. 이후 GS칼텍스 여수공장 생산기획 공장장과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장(부사장)을 거쳤다.

허 대표가 이번에 GS글로벌로 이동한 것을 놓고 경영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GS글로벌은 플랜트 자회사인 GS엔텍 실적이 급속도로 나빠지자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지난해 6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큰불’을 껐다.

책임경영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등기이사를 선택하는 사례도 있다. 삼양식품은 이달 24일 열리는 주총에서 전인장 회장(54)의 부인 김정수 사장(53)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김 사장은 2014년 이후 3년 만에 등기이사에 다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평범한 주부이던 김 사장은 1998년 삼양식품이 부도가 나자 회사에 나와 전 회장을 도왔다. 당시 라면 포장지 디자인을 짜고 제품 이름을 짓는 것을 거들다 2000년 삼양식품 영업본부장으로 정식 입사했다. 2011년 나가사키짬뽕, 2012년 불닭볶음면 개발을 주도하며 신제품 발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