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테슬라 첫 매장 '태풍' 불까
미국 전기차 테슬라가 이달부터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지만 당장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테슬라코리아는 오는 15일엔 경기 하남의 스타필드하남, 17일엔 서울 청담동에 각각 전시장을 열고 본격 판매에 나선다. 하남의 매장에서는 국내 출시 예정인 모델 S 90D(사진)를 직접 보고 테슬라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통해 차량 인테리어 등 선택 가능한 사양을 체험할 수 있다.

테슬라 충전기인 데스티네이션 차저도 스토어에 마련할 예정이다. 모델 S 90D의 시승도 시작한다. 테슬라는 매장 개장을 앞두고 조만간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주문도 받을 예정이다. 지금 주문한 차량은 오는 6월께 인도된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가격이나 충전소 문제 때문에 테슬라가 당장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코리아가 판매하는 모델 S 90D의 가격은 1억2100만원부터 시작한다. 자율주행 기능 등 모든 사양을 넣을 경우 1억6135만원에 이른다.

테슬라 전기차가 이처럼 비싼 것은 한국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모델 S 90D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 중 하나인 완속 충전 10시간 이내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지역별로 1700만~2600만원이지만 모델 S 90D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EV가 보조금을 받게 될 때 2000만원대 후반이란 점을 감안하면 가격은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에선 아직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대다수 국가에서 자사 고객만을 위한 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 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슈퍼차저 스테이션은 여러 대의 테슬라 전기차가 동시에 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이다. 하지만 국내에 테슬라가 구축한 슈퍼차저 스테이션은 아직 한 곳도 없다.

하지만 테슬라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저가의 보급형 전기차를 들여오고 충전소가 확충된다면 국내 친환경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테슬라 전기차가 큰 인기를 끌 경우 전기차가 국내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국내 전기차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