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가 주요 경영사안 결정…산하에 CEO추천위 신설 전망

삼성그룹이 '중앙집권식' 체제의 주축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계열사별로 자율경영을 선언한 뒤 계열사 이사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는 계열사 이사회가 주요 경영사안을 결정하는 등 권한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자율경영시대가 열리면서 계열사 이사회가 CEO(최고경영자) 선임을 비롯해 실질적인 사업전략 구상 등의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이미 구체적인 조치들이 잇따라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10억원 이상 기부금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준법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조치였다.

사장 인사 형식 역시 달라졌다.

삼성SDI는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전영현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내정했다.

삼성SDI는 이달 2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과거 삼성은 미래전략실에서 총괄해 '사장단' 인사를 일괄적으로 발표했다.

상법상 회사는 이사회의 의결로 회사를 대표할 이사를 선정하는 게 맞지만, 그동안 삼성은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기 전 계열사가 대표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이사회나 주총을 연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는 삼성SDI처럼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사회 산하에 CEO 추천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역할이 커지면서 산하 다른 위원회의 역할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계열사는 이사회 안에 분야별로 위원회를 두고 이사회 권한의 일부를 위임, 이사들이 집중 검토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경우 이사회 산하에 경영·감사·사외이사후보추천·내부거래·보상·CSR(사회공헌활동) 위원회를 두고 있다.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은 다른 위원회와 달리, 경영 관련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경영위원회는 현재 사내이사로만 구성돼 있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대표이사 3명이 위원이다.

삼성물산 경영위원회에는 최치훈·김신·김봉영 대표이사 사장, 이영호 경영기획실장 등 4명이 참여한다.

경영위원회의 역할은 연간·중장기 경영방침과 전략, 자회사 매입·매각, 해외업체와 전략적 제휴·협력 추진, 조직 운영 원칙, 임직원 급여체계, 신규 시설투자 등을 심의·의결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실질적으로 경영방침과 사업전략을 짜는 등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외이사의 역할이다.

그동안 이사회는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면서도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의 하나로 글로벌 CEO 출신의 사외이사를 선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 수사를 비롯한 대내외 불확실성 영향으로 당장 현실화되지는 못했지만, 현실화된다면 글로벌 수준으로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