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의 협상은 과거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간의 조정을 이끈 김지형 전 대법관의 중재로 이뤄졌다. 지난해 1월 외부 독립기구인 옴부즈만위원회를 통해 종합진단과 예방대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했지만 반올림의 문제 제기로 논의가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오랜 기간의 대치로 양측의 감정이 상해 직접 대화로는 접점을 찾기 힘든 만큼 대리인 간 협상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보자는 게 이유다. 양측 대리인은 지금까지 여덟 차례 비공개 협상을 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은 하지만 “아직은 의미 있는 논의의 진전이 없다”고 했다.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 근로자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된 논란은 이달로 만 10년을 맞았다. 삼성전자 측은 1000억원을 기금으로 출연해 120여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도 전달했다. 정부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에게도 자체 기준에 따라 보상과 사과를 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올림 측은 “업무 기밀을 이유로 제조공정에 사용된 화학물질을 공개하지 않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자로 신고한 다른 이들에게도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올림은 삼성 서울 서초사옥 근처에서 500일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공개 협상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