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소비자와 연주자를 중개해주는 문화 스타트업 ‘비브’의 이다영 대표.
음악 소비자와 연주자를 중개해주는 문화 스타트업 ‘비브’의 이다영 대표.
중요한 행사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음악이다. 기업인 단체의 기념행사부터 가족·친지의 축하연까지 음악을 곁들일 때 분위기가 제대로 산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에게 음악 공연팀 섭외는 먼 나라 얘기다. 예술계에 인맥이 없으면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볼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연주자의 사정도 비슷하다. 음악이 필요한 행사를 일일이 찾을 수가 없어 지인이나 한정된 장르만 취급하는 에이전시를 통해 공연하게 된다. 에이전시에 줘야 하는 수수료 비중도 적지 않다.

문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비브’(vibmusic.kr)는 음악 소비자와 전문 공연팀을 이어주는 중개형 플랫폼이다. 플랫폼에 들어가면 음원과 연주 영상, 공연 경력 등 음악 공연팀의 정보를 알 수 있다. 현재 참여 중인 예술가나 음악그룹이 자신들을 소개한 글이 125건에 이른다. 국악, 재즈, 성악, 밴드, 힙합, 디제잉 등 장르도 다양하다. 음악인을 섭외하려는 사람들이 올린 행사 관련 정보도 볼 수 있다. 서로 공연료와 행사 예산 범위를 공개해 쉽고 빠르게 섭외할 수 있게 했다.

이 플랫폼은 서울대 국악대학원에서 가야금을 전공한 이다영 대표(26)가 경영 컨설턴트와 협업해 만들었다. 이 대표는 “국악 앙상블의 멤버로 공연을 다니며 느낀 점을 반영해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공연 섭외가 들어오는 통로가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갑자기 명함을 받거나 팀의 공연 영상을 요청하는 이메일이 오는 식이었죠. 연주 수요와 공급이 많은 데 비해 거래 비용이 높다는 점도 아쉬웠고요.”

비브는 소비자에게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공연팀 출연료의 10%를 수수료로 받는 것이 전부다. 이 대표는 “소비자의 거래 비용은 낮추고, 공연 수익 대부분을 예술가가 가져가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거래 구조를 개선하고 시장을 키우면 예술을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큐레이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행사의 특징과 취지, 장소 조건 등을 올리면 어울릴 만한 연주팀을 추천해준다. 음악 행사의 콘텐츠 기획도 돕는다. 지난해 말에는 한 특수학교에서 음악인들을 초청해 ‘청소년을 위한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열었다.

공연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전문 인력이 공연을 기획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여느 스타트업과 달리 경영진과 개발진 외에 음악감독 자리를 따로 둔 이유다. 드라마 ‘마음의 소리’ 등 여러 방송 콘텐츠의 음악을 담당한 전재승 에이티브 스튜디오 대표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기업의 연간 세미나나 기념식 등 큰 행사에선 예술가들의 협업 공연 등 대형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행사 분위기에 맞춰 협업 팀을 짜거나 새 음악을 작곡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브는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기업 고객 만찬회, 콘퍼런스, 종교 행사, 프러포즈 의식 등 공연 80여건이 비브를 통해 열렸다. 이달 중순께 새로운 큐레이팅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대표는 “그간 공연을 중개하다 보니 ‘이 정도 비용으로 이런 분위기를 내고 싶다’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를 반영해 공연 영상 자료를 다양화하고 서비스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02)874-9935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