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11시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연습실. 무용수 18명의 발레 연습이 한창이었다. 여성 무용수 17명은 올림머리에 발레 연습복을 입고 연습용 덧신을 신었다. 청일점인 남성 무용수까지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최진수 스완스발레단 예술감독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이들은 일반인으로 구성된 스완스발레단 단원들. 전공이나 경력에 관계없이 취미로 발레를 해온 이들이 모였다. 단순한 동호회는 아니다. 민간발레단인 와이즈발레단이 지난 1월 창단해 운영하는 정식 단체다. 주 2~3회 연습하고 연간 다섯 번 정도 실제 무대 공연에 참가하는 것이 목표다. 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한국발레협회 공연에서 2개의 소품 무대에 오르는 것이 이들의 첫 공연이다.
최 감독과 함께 연습을 지도하던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단장은 “3·1절 휴일인 덕분에 단원들을 거의 모두 볼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총 20명인 단원들의 직업은 의사, 은행원, 방송 작가, 화가, 교사, 약사, 안경사, 학생, 주부 등 가지각색이다. 24세부터 55세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5~6년간 발레를 취미로 배운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학생 때 발레를 전공했거나, 취미 발레를 한 지 10년이 넘는 단원도 있다.
홍성욱 와이즈발레단 예술감독이 안무한 ‘비틀즈 슈트’의 연습이 이어졌다. 비틀스의 음악을 바로크식으로 편곡해 춤을 짰다. 6분 분량의 소품이지만 아기자기한 군무부터 역동적인 파드되(2인무)까지 다양한 동작을 보여준다. 김 단장이 안무한 ‘러블리 나이트’는 스완스발레단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풀어낸다. 마네킹처럼 굳은 채 서로 다른 음악을 들으며 각자 짧게 춤추던 무용수들은 발레 음악이 흐르자 모두 함께 춤을 춘다.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단원들은 일반 학원에선 잘 알려주지 않는 것들을 배우게 된다. 피루엣(공중 회전)과 그랑주테(큰 도약)를 선보인 단원들에게 김 단장이 말했다. “스스로 동작을 해내는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관객에게 보여줘야죠. 팔로 얼굴을 가리지 말고, 관객석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상상하며 동작을 완성해보세요. 발레는 ‘보여주는 예술’입니다.”
연습 도중 만난 단원들은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표정이 밝았다. 이들은 각자 ‘인생 2막’ ‘되찾은 꿈’ ‘활기’ 등의 단어를 쓰며 “연습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발레단의 ‘큰 언니’인 가정의학과 의사 정경숙 씨(55)는 10년 전 고3이던 딸에게 힘을 주기 위해 발레를 시작했다. ‘엄마가 전혀 모르던 것을 노력해 해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그는 “처음엔 딸을 위해 시작했는데, 이제는 동작을 연습하며 내 스스로를 돌아보는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와이즈발레단은 단원을 10명가량 더 뽑기 위해 이달 중순 오디션을 볼 예정이다. 19세 이상인 발레 초급반 이상 경력자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02)703-9690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