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전공책 불법복제 여전
대학 신입생 엄모씨(19)는 개강 첫날 수업계획표에 올라와 있는 교재를 사기 위해 서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미 절판된 책으로 중고서점에서도 구하기 어려웠다. 엄씨는 결국 도서관에서 해당 서적을 빌려 통째로 복사했다. 그는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구할 방법이 없었다”며 “선배나 동기들 모두 전공서적을 복사해 쓰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새학기 전공책을 복제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적발한 대학가 불법 복제 서적은 2014년 1만5474점(적발 건수 369건), 2015년 1만6335점(459건), 2016년 2만1304점(419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저작권자 허락 없이 출판물을 복제하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학생들은 예외다. 현행법상 ‘불법 복제를 맡긴 사람’을 처벌할 규정이 없다. 한국저작권보호원 관계자는 “영리 목적으로 불법 복제를 한 업체만 단속 대상”이라며 “저작권법에는 ‘범죄교사죄’가 없어 불법 복제를 맡긴 학생을 처벌할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앞에서 10년째 인쇄소를 운영 중인 한 대표는 “사실상 손님 대부분이 불법 복제를 맡기러 오는 대학생이라 저작권법을 지키면서 영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불법 복제로 인한 출판업계 피해액이 2015년에만 4504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출판사들이 불법 복제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려다 보니 덜 팔리는 전공서적을 절판하거나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