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와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박스피(박스권+코스피) 탈출을 노리던 주식시장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협박’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2070선으로 내려앉았고 코스닥지수는 장중 600선이 무너졌다.
면세점·화장품주 '직격탄'…자동차·식음료주도 떤다
◆하루 만에 내준 2100선

3일 코스피지수는 23.90포인트(1.14%) 하락한 2078.75에 장을 마쳤다. 미국 증시 훈풍에 대형 수출주 강세로 전날 2100선(2102.65) 위로 올라선 지 하루 만이다. 장중 2072.09까지 추락해 한때 2070선도 위협받았다. 전날 6820억원 규모의 ‘사자’ 주문을 낸 외국인은 ‘팔자’(318억원)로 돌아섰고 기관투자가도 대규모 순매도(1258억원)를 이어갔다.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 금지 등으로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 조치를 가시화하면서 여행, 면세점, 화장품 등 관련주들이 급락한 여파가 컸다. 화장품업종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12.67%)이 최근 1년 내 최저가로 추락한 것을 비롯해 한국화장품(-18.92%) LG생활건강(-8.22%)도 동반 급락했다. 호텔신라(-13.10%) 신세계(-4.92%) 같은 면세점주와 대한항공(-4.77%) 아시아나항공(-6.41%) 하나투어(-5.29%) 등 여행 관련주에도 줄줄이 파란불(하락)이 들어왔다.

시장에 불안 심리가 퍼지며 삼성전자(-0.25%) SK하이닉스(-1.26%) 포스코(-1.37%) 등 시가총액 상위 대부분의 종목 주가도 빠졌다. 김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행 상품 판매 금지로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제재 방향성이 구체화되고 있어 향후 실적 감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의 하락폭은 더 컸다. 장중 600선 아래가 뚫린 코스닥지수는 8.20포인트(1.35%) 하락한 600.7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전체 상장사의 75%(908개 종목)가 하락했다. 외국인 카지노주인 파라다이스(-13.27%)와 엔터주인 에스엠(-5.29%) 와이지엔터테인먼트(-3.42%) 등의 하락폭이 컸다.

◆다른 업종에도 ‘촉각’

한국을 찾는 중국인 대상 매출 비중이 70%가량에 달하는 면세점주의 부진은 당분간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유통업계 전반의 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주요 유통업체의 실적 대부분이 국내 시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중국 매출 비중은 6%가량이지만 현재 중국 사업은 구조조정 단계로 신규 출점 계획도 없다. 이마트도 점포정리에 나서 2010년 이전 28개이던 점포를 7개까지 줄였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입국자 수가 감소하면 중국인이 주고객인 면세점 영업은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유통업체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주의 경우도 면세점 매출이나 중국향 수출 비중을 감안해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회사들은 개별 브랜드가 잘 노출되지 않고 중국 현지 생산 규모를 늘려 크게 영향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제재 수위가 강해지면서 다른 업종으로도 여파가 확산될 가능성이다. 이날 현대자동차(-4.38%) 현대모비스(-3.59%) 등 자동차주와 오리온(-4.90%) 같은 음식료주의 하락폭도 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 센카쿠 열도 문제가 불거졌을 때 중국에서 일본 자동차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며 “중국의 사드 보복이 다른 한국산 제품으로 확산될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