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에 ‘고용세습제’를 그대로 둔 회사가 300곳이 넘는다는 보도(한경 3월3일자 A1, 29면)다. 지난해 3월 전수조사에서 적발된 694개사(722개 단협) 가운데 334개 협약이 ‘장기근속자, 정년퇴직자, 업무상 재해자 자녀 등의 우선·특별채용’이나 ‘노조 추천인 우선·특별채용’ 조항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특별채용은 노동조합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위법 사항이다. 직계가족 우선채용의 경우는 법원이 지난해 8월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유족이 낸 소송에서 ‘직계가족 고용의무는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또 노조 추천인 채용은 최근 노조 간부 5명이 구속된 한국GM 사례에서 보듯 채용장사를 부추기는 온상이 되고 있는 조항이다. 이런 불법 관행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가 늘지 않고 노조 기득권은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불합리한 채용이 관행화돼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파업하면 직격탄을 맞는 사업장이 많아서다. 대기업 하청 자동차부품사에 이런 단협이 많은 이유다. 파업으로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원청업체가 계약을 중단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라도 듣지 않을 수 없다.

이 잘못된 관행을 끊을 수 있는 것이 대체근로제와 파견근로제 등이지만 이 또한 노동개혁 논의과정에서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체근로를 법으로 금지한 것은 아프리카 말라위와 우리나라뿐이다. 또 55세 이상과 뿌리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해 생산현장이 멈추지 않게 하자는 제안을 노동계가 발로 차버린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다. 특히 민주노총, 한국노총 산하 노조에서 단협 개선율이 부진하다고 한다. 노동계는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노동운동이 점차 비열한 집단이기주의의 상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