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는 손 뗐지만 앞으로 더 중요한 재판이 남았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지휘한 박영수 특별검사(65·사법연수원 10기·사진)는 3일 “삼성, 블랙리스트 재판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 사안인 만큼 단단히 준비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검 수사기간 종료를 계기로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인근 음식점에서 연 오찬간담회에서다.
"최순실 사죄 없어 안타까워…거친 수사 혹평은 억울"
박 특검은 국정농단의 장본인인 최씨가 국민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최씨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란 물음에 “참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죄가 어떻든 ‘제 불찰로 잘못했다’고 사죄하는 게 좋았을 텐데 하지 않으니 그게 안타깝다”고 했다. 또 “욕심이 없었다면 그런 일을 저질렀겠느냐”며 “박근혜 대통령과 너무 가까웠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 특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수사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검찰에 넘긴 게 아쉽다고 했다. 박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으면 100% 영장이 나왔을 것”이라며 “검찰은 수사 대상 제한이 없어 수사를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박 특검은 “(박 대통령 진술을) 녹음만 할 수 있다면 (청와대 측에) 모두 양보하겠다고 했지만 무산됐다”면서 “조사해보려고 노력을 다했다”고 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한 뒷얘기도 들려줬다. 박 특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6일 특검팀이 김 전 실장 자택을 압수수색했지만 관련 자료는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진 뒤였다. 폐쇄회로TV 분석 결과 김 전 실장 측이 이틀 전 인근 아들과 딸 집으로 증거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박 특검은 “(사실을 알게 된 뒤) 늦은 밤이었지만 고민 끝에 압수수색을 했다”며 “비인간적인 압수수색이라는 비판을 들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 수사를 너무 거칠다고 혹평하는 사람이 있는데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상용/박한신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