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를 만드는 현지 요리사.
파스타를 만드는 현지 요리사.
이탈리아하면 역시 피자와 파스타가 갑(?)이다. 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며, 일상의 음식이다. 좀 웃기는 얘기지만, 내가 이탈리아에 갈 때 아내에게 했던 약속이 있다. “스파게티 세 개만 배워 올게. 돌아와서 국수 장사하자.” 나는 지금처럼 뭐 거창한 요리사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동이나 짜장면처럼 간단한 음식을 배워도 개업하는 걸로 생각했다.(우동과 짜장면도 깊게 들어가면 쉬운 음식은 아니다. 대체로 간단히 배워서도 그럭저럭 흉내는 낼 수 있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아내도 그러라고 했다.

그 세 가지가 뭐냐면 크림 스파게티, 토마토 해물 스파게티, 미트 소스 스파게티였다. 그런데 이탈리아 요리학교에 이 세 가지 스파게티가 커리큘럼에 없는 것이었다. 그저 한국에서 먹는 스파게티였지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런 스파게티를 먹지 않았다. 크림 카르보나라도 없었다. 우선 그들은 크림으로 스파게티를 하지 않는다. 토마토 해물도 거의 없다. 해물 스파게티는 그냥 오일로 많이 만든다. 미트 소스는 있긴 한데 스파게티로 요리하지 않고 대개 납작한 생면인 탈리아텔레를 많이 쓴다. 우리가 생각한 이탈리아 파스타는 현지와 많이 달랐다. 한국인 중에는 아직도 스파게티와 파스타가 다른 요리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 스파게티는 수백, 수천종에 달하는 파스타의 한 종류에 해당한다.

물론 이탈리아에서 흔한 파스타이긴 하지만 줄곧 먹는 종류는 아니다. 하늘의 별만큼 파스타 종류가 많아서 매일 똑같은 파스타를 먹지 않는 게 이탈리아인이다.

한국과 너무 다른 이탈리아 파스타

토마토소스와 바질을 넣은 스파게티.
토마토소스와 바질을 넣은 스파게티.
파스타는 밀가루로 만드니까 다양한 모양이 가능하다. 밥은 도리 없이 매일 똑같다. 밥은 껍질을 벗겨 그대로 요리하기 때문이다. 밀가루는 껍질을 벗기고 그걸 물과 섞어 반죽한 뒤 온갖 모양을 만들 수 있다. 국수의 굵기로 나누어도 수십 종이고, 같은 국수라도 넓게 펴서(압연) 잘랐는지 아니면 분창(국수를 뽑는 틀, 분틀)에 넣어 뽑았는지(사출)에 따라 모양이 달랐다. 우리가 흔히 먹는 스파게티는 대개 사출, 압출면에 해당한다. 큰 공장에서 반죽한 뒤 엄청난 크기의 기계에 넣어 국수를 쭉쭉 뽑아낸 후 말리고 포장해서 시장에 내놓는다.

넓적한 생면과 미트 소스.
넓적한 생면과 미트 소스.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파스타 중에 카르보나라 스파게티라는 게 있다. 오죽하면 카르보나라 떡볶이도 있을 정도니까. 이탈리아에 당신이 도착한 뒤 식당에서 흔히 이걸 시킨다면 십중팔구 포크를 내려놓는다. 도저히 입에 맞지 않아서다. 왜 그럴까? 너무 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우리 기준에서 볼때 심하게 짜게 먹는다. 대신 피클이 없다. 그러니까 더 짜게 먹어도 피클을 먹지 않으니 몸에 들어오는 소금의 총량은 비슷하다.(실제로는 한국 사람의 소금 섭취량이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국이나 찌개를 더 먹기 때문이다) 포크를 내려놓는 또 다른 이유는 스파게티 면이 너무 딱딱하기 때문이다. 부들부들하게 삶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이것을 이탈리아어로 ‘알덴테’라고 한다. 이빨 사이에 딱딱 부딪히는 맛이 있게 삶는다는 뜻이다. 왜 이렇게 삶게 됐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덜 삶으면 오래 씹어야 하고 덜 먹어도 포만감을 빨리 느낀다. 또 알덴테로 삶았을 때 소스가 가장 잘 면에 흡수된다고 한다.

카르보나라 스파게티. 크림소스가 흥건하지 않다.
카르보나라 스파게티. 크림소스가 흥건하지 않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카르보나라 하면 한국은 ‘크림 소스’를 생각한다. 오리지널에는 크림을 넣지 않는다. 대신 계란 노른자를 넣는다. 한국 카르보나라는 대부분 노른자를 넣지 않으니 점점 간격이 멀어진다. 또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돼지의 턱과 볼살을 넣는다. 한국은 베이컨을 넣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아무 것도 넣지 않는다. 다시 말해 오리지널과 한국식의 공통점은 딱 하나, 면이 스파게티라는 사실뿐이다.

미트소스 스파게티는 관광객에게만 판다

[여행의 향기] 미트 소스에 버무린 넓적한 생면 파스타…그래, 이 맛이야 !
이탈리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트 소스 파스타도 한국과 차이가 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미트 소스에 레드와인을 부어서 좀 어두운 색을 띠는 소스를 만든다. 치즈도 파르미지아노라고 하는 딱딱한 치즈를 갈아 넣는다. 한국은 토마토 소스와 고기 볶은 것을 합쳐서 끓인다. 레드와인을 넣는 경우는 좀체로 없다. 비싼 데다가 한국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의 향기] 미트 소스에 버무린 넓적한 생면 파스타…그래, 이 맛이야 !
결정적인 차이는 면이다. 미트 소스는 절대 스파게티에 버무리지 않는다. 이탈리아에서 그렇게 먹은 적이 있다는 한국인들이 있다. 맞다. 그렇게 팔기도 한다. 그건 관광지에서 관광객을 위한 요리로 나오는 것이다. 미국인이나 독일인, 일본인 등이 그런 면을 좋아하니까 만들어 파는 것이다. 오리지널로 보자면 미트 소스에는 넓적한 탈리아텔레나 페투치네를 쓰는데 반드시 생면을 만들어 요리한다. 공장에서 만들어서 건조시킨 면이 아니라 촉촉하게 민 면을 직접 만들거나 아니면 마트에서 사다가(생면을 판다) 요리한다. 미트 소스를 생면에 한 번 버무려 먹어보면 스파게티면은 못 먹는다. 그만큼 잘 어울리고 맛있다. 이 면을 주로 쓰는 곳이 바로 이탈리아 북부 초입에 있는 한국인 관광객이 잘 가지 않는 볼로냐와 파르마다. 밀라노나 피렌체에서 가까우니 들러서 딱 이것만 한 그릇 먹어도 본전을 뽑는다. 그만큼 매력적인 맛이다. 이때 와인은 이 지역의 람부르스코를 곁들이면 최상이다. 살짝 거품이 나는 와인인데 값도 싸고 은근히 이 파스타에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