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울 강남권 중소형 빌딩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3~4년간 매매가격이 많이 오른 탓에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쉽지 않고 시중금리마저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건물주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어서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가격에 팔기를 원하는 건물주와 연 4%대 이상 수익률을 확보하려는 매수 희망자 간 희망가격 편차가 커 실제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씨' 말랐던 강남 중소형 빌딩, 매물 쌓인다
◆중소형 빌딩 매물 증가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물로 나온 서울 강남권 중소형 빌딩은 지난해 대비 10~15%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중소형 빌딩 가격이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한 건물주들이 매매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매각에 나섰다고 전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지난해까지는 빌딩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로 매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던 건물주들이 올해는 매각 의향을 비치고 있다”며 “그런데 작년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거래를 진행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형준 글로벌PMC 투자자문본부 상무도 “지난 2~3년간 수요가 몰리면서 나오는 중소형 빌딩마다 바로 팔려 ‘강남에선 꼬마 빌딩의 씨가 말랐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하지만 올 들어 금리 인상 가능성, 공실 증가, 관리 어려움 등 다양한 이유로 건물주들이 매각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추가 가격 상승 기대가 낮아진 게 매물 증가의 주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자산가들은 그동안 연 수익률이 3~4%대에 지나지 않는데도 건물 자체의 시세차익 기대로 강남권 중소형 빌딩을 매입해왔다. 옛 한국전력 부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삼성동, 지하철역 개통 혜택을 받은 논현동에선 부지 3.3㎡당 7000만~8000만원 수준이던 중소형 빌딩 가격이 2억원 전후로 치솟은 사례가 많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오피스 공급 과잉, 판교벤처밸리 등 대체 업무지역 조성 등으로 강남권 빌딩의 공실이 증가하고 있고 시중금리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현 시세를 ‘꼭지’로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오른 상황에서는 누구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래량 감소세 뚜렷

매물은 늘어났지만 건물주와 매수자 간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거래는 쉽게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일선 중소형 빌딩 전문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매수자와 매도자 간 호가 격차가 10% 정도 벌어져 있다. 이진수 리앤정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매물로 나온 강남 영동대로변의 건물 부지가격은 3.3㎡당 2억원에 달했다”며 “매수자들은 좀 더 지켜보다 가격이 떨어지면 사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빌딩중개 전문업체인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올 1월 서울에서 500억원 이하 중소형 빌딩 거래량은 46건이었다. 지난해 12월 132건의 34.8%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상승했던 총 거래금액도 4분기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4분기 거래금액은 1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600억원 줄었다. 2015년 4분기와 비교해도 300억원 감소했다.

연간 중소형 빌딩 거래 규모는 2013년 522건(2조7100억원)에서 2014년 719건(3조2400억원), 2015년 1036건(5조5300억원)으로 3년 연속 상승하다가 작년(988건, 5조4100억원)에 상승세가 멈췄다.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수석연구원은 “작년 말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투자 열기가 꺾인 모습”이라며 “지난해 4분기부터 거래 감소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권 중소형 빌딩 매물이 점점 늘면서 올 하반기 이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준석 센터장은 “매수 희망자들은 미리 자금을 확보해 놓고 빌딩 급매가 나오면 바로 살 수 있게 대기하고 있다”며 “결국 유동성이 부족한 건물주들이 시간이 지나면 가격을 낮출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