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회복, 수출에 달렸다"
수출이 회복됐지만 내수 부진은 지속돼 수출과 내수의 탈동조화(디커플링)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 회복세마저 꺾이면 내수가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의 ‘수출-내수 디커플링의 시작’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를 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부진으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하락 추세를 보였지만 경기 동행과 선행지수는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경제성장률과 경기지수의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경제 지표가 엇갈리는 것은 수출 경기는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내수 경기는 부진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수출은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단가와 수출물량이 모두 증가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출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에는 1년 전보다 20.2% 급증했다. 13대 주요 품목 중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등 10대 품목에서 일제히 증가세를 보였다. 현경연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이 모두 확대되고 있어 향후 수출은 회복 국면에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내수는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지만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구재 소비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11월부터 2%를 밑돌고 있다. 또 제조업 취업자 수가 지난해 8월부터 감소하는 등 고용 시장도 악화돼 당분간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주 실장은 “수출과 내수의 디커플링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향후 수출 경기 회복 정도가 경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 회복세가 강화되면 내수로 회복 기조가 확산돼 경기가 전반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수출이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 시장 침체 등으로 냉각되면 내·외수 복합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주 실장은 “수출 회복 기조가 투자와 고용 등 내수 부문으로 파급될 수 있도록 수출에서 내수로 이어지는 경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