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의식수준, 경제성장 못따라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마포구 상수동에서 양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지난해 12월 모든 식기를 값싼 제품으로 바꿨다. 세트당 5만원을 주고 산 식기 대부분을 도난당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찰서에 신고한 적은 없다. 박씨는 “5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며 “신고를 위해 가게를 비워 발생하는 손해가 머그잔값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고심 끝에 신고했다가 ‘보복’을 당하는 사례도 있다. 박씨는 “친한 카페 주인이 머그잔을 훔쳐 간 손님을 신고했다가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적이 있다”며 “그 손님이 앙심을 품고 ‘주인이 불친절하다’ ‘가게가 비위생적이다’ 등의 소문을 퍼뜨렸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재미 삼아 남의 장사 밑천을 훔쳐 가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에 육박하지만 시민의식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스타벅스는 10여년 전부터 머그잔 도난을 막기 위해 잔에 ‘이 컵은 매장용입니다’라는 문구를 새겼다가 최근에야 없앴다. 대만이나 일본 등 다른 대부분 아시아 국가의 스타벅스 머그잔에는 절도 방지용 문구가 처음부터 없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식기 먹튀’ 같은 일은 경제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많이 일어난다”며 “한국에서는 시민의식이 경제 성장을 따라가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성수영/구은서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