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1주일이 시작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가 6일 발표된다. 헌법재판소는 7일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일 사흘 전에 일정을 밝힌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를 고려하면 선고일은 오는 10일이 유력하다.

그 다음날이 탄핵 찬반 집회가 예고된 토요일이어서 헌재가 선고를 13일로 늦출 것이란 관측도 있다. 9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시작된다.
'불복의 광장'…대한민국 운명 걸린 1주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북한의 도발 위협, 내수 침체 등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광장은 불복을 외치고 있다. 헌재 결정이 국민통합의 계기가 돼도 모자랄 판에 새로운 갈등을 예고하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헌재 재판관 여덟 명은 극도의 보안 속에 평의(재판관 회의)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파면’ 결정을 내릴지, 박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허용하는 ‘기각’ 또는 ‘각하’를 선고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 태극기집회 측 등 탄핵 반대 진영과 야당, 촛불집회 측 등 탄핵 찬성 진영은 각각 ‘기각 또는 각하’와 ‘파면’을 기대하면서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6일 예정된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 발표가 헌재 심판에 막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을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공동 운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측은 “전혀 근거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탄핵 찬반 진영의 여론전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오는 9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준비절차가 열린다.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삼성이 최순실 씨에게 건네거나 지원하기로 한 자금 433억원을 박 대통령에게 준 뇌물로 볼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분명한 건 탄핵 찬반 진영의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지고 양측 모두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승복할 자세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촛불집회를 비롯한 찬성 진영은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헌재를 압박한다. 태극기집회 등 반대 진영은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선고일이 임박하면서 광장의 세 대결과 목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인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탄핵심판 선고 당일 아침엔 헌재 앞에서, 11일엔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태극기 집회 주최 측인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도 선고 당일 헌재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를 세우고 두 동강 난 나라를 통합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이인제(자유한국당) 등 대선주자들은 헌재 결정 승복을 얘기하면서도 각각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나가 갈라진 민심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탄핵 인용 시 박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다. 불소추특권이 없는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 검찰과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한다. 60일 이내 치러지는 차기 대선은 본격 레이스에 들어간다. 민간인 신분의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방침이나 구속 여부를 놓고 또 한 차례 논란이 불가피하다.

헌재의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이 나오면 박 대통령은 ‘관저 칩거’를 접고 직무에 복귀한다. 대선 시계는 다시 늦춰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헌재가 어떤 결과를 내놓든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 선고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고 최순실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진모/박상용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