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중대한 법 위반?
"경미한 법 위반 있었을 뿐"
"광범위한 헌법·법률 위반"
박 측 '탄핵 불가' 사유 제출
"직권남용·뇌물죄 성립 안해"
"세월호 때 중대본 방문 늦은건 현장 차량 사고 처리 지연 탓"
◆직권남용·뇌물죄가 핵심 쟁점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 재판관을 지낸 A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권한남용 여부가 탄핵소추 사유 중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강제 납부’하도록 ‘강요’했다면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어긋나 명백한 ‘파면감’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박 대통령 측은 이날 별도의 의견서를 헌재에 내고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 측은 “(과거 정부에서도) 대통령이 기업 출연을 받아 공익법인을 설립한 선례가 많다”고 했다. 기업들의 재단 출연이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었다는 검찰 진술과 사실 조회 내용도 헌재에 제출했다.
박 대통령 측은 기업의 재단 출연을 과거 ‘신정아 사건’에 빗대 직권남용과 제3자 뇌물 수수,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노무현 정부 시절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은 신씨가 동국대 교수에 임용되도록 도왔다. 또 신씨가 학예실장으로 있던 성곡미술관에 재정적 도움을 주기 위해 10여개 기업에 수억원의 후원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법원은 직무와 상관없이 지원을 권유하거나 협조를 의뢰한 것까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제3자 뇌물 수수 등의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대통령 측은 “변씨와 신씨가 연인처럼 선물을 주고 받고 업무에 도움을 줬지만 별도 가계를 꾸리고 생활했다는 점에서 법원이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최순실 씨가 재단 설립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해도 이를 대통령의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측은 또 세월호 참사 당일 정부서울청사 내 차량 사고에 따른 주차 문제로 박 대통령이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늦게 도착했다며 관련 동영상을 헌재에 내는 등 선고를 앞두고 총력전을 펼쳤다. ◆헌재, 13개 소추 사유별로 판단
헌재 재판관들은 13개 탄핵소추 사유 각각에 대해 평의(재판관 전체회의)를 통해 ‘파면’ 또는 ‘기각’ ‘각하’ 판단을 내린다. 13개 소추사유 중 하나라도 6명 이상이 파면 결정을 내리면 헌재는 박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선고한다.
탄핵소추 사유가 ‘위헌’에 해당하더라도 바로 ‘파면’ 결정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 때는 탄핵사유 가운데 일부가 위헌에 해당했지만 ‘기각’됐다. 당시 헌재는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을 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잣대”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이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해 파면 결정이 정당화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은 헌법 위반 여부를 놓고도 논쟁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 측은 “일부 경미한 법 위반은 있었지만 헌법에 반하는 행동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은 “광범위하고 중대한 헌법 법률 위반 사실이 입증됐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극명하게 갈렸다. 송두환 전 헌재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할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통령을 국정에서 배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정도의 입증이면 탄핵을 인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대통령이) 권력을 민간인에게 재위임한 사실이 하나도 입증되지 않았다”며 “비선 조직이 존재하지도 않았고 지인의 의사에 대통령이 좌지우지된 사실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