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더르스는 원래 반(反)유럽연합(EU)파였다. 10년 전 자유당 창당 때 내세운 공약도 그랬다. 하지만 그는 반이슬람으로 외연을 넓혔다. 7년 전에는 무슬림에 대한 증오와 차별 혐의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반이민과 반이슬람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아예 이슬람을 자유를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하고 있다. 네덜란드에 있는 모스크를 철거하고 코란 인쇄를 금지하는 것 등이그의 공약이다. 네덜란드가 EU에서 탈퇴하는 ‘넥시트’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도 한다.
유럽에서 가장 개방적이며 자유무역의 선봉인 국가가 바로 네덜란드다. 대항해 시대에 목숨을 걸고 해외로 진출했던 모험 상인의 후예들이다. 유럽 중개무역의 거점이기도 하다. 그런 네덜란드에서도 지금 빌더르스와 같은 극우주의자가 인기를 얻고 있다. .
유럽에선 프랑스의 4월 대선, 독일의 9월 총선, 이탈리아 총선 등 선거가 이어진다. 4월 말 치러질 프랑스 선거에선 극우파인 마린 르펜 민족전선 대표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 역시 빌더르스와 마찬가지로 이민을 혐오하고 EU를 탈퇴하는 ‘프렉시트’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독일에선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후보가 4선을 노리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따돌리고 있다.
네덜란드의 바람이 나비효과를 일으키면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과 같은 극우 정당들이 기세를 떨칠 가능성도 높다. 이탈리아에선 극우정당 오성운동이 제1야당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 대륙에서 부는 정치 바람이 정말 ‘탈(脫)모던’하다. 네덜란드는 언제나 새로운 역사적 시도의 테이프를 끊어왔다. 이번에는 1인 정당이다. 유럽 정치도 참 재미있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