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업 받으러 학교 가니? 난 창업하러 간다"
한양대 경영학과 3학년 박동근 씨(28)는 새 학기 개강과 함께 학교로 ‘출근’한다. 매일 오전 9시 경영대로 나와 출근 도장을 찍는다. 학교 안에 그를 위한 사무실도 마련돼 있다. 기업 인턴이 아니다. 한 학기 동안 다양한 창업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구현하는 ‘캠퍼스 인턴’이다.

한양대는 이 같은 ‘캠퍼스 인턴학기제’ 수업을 이번 학기부터 도입했다고 6일 밝혔다. 강의식 수업을 듣는 대신 학교에서 창업 프로젝트를 주도하게 한 뒤 15학점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학생들에게 ‘창업 DNA’를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국내 첫 시도다.

◆창업 DNA 심어주는 한양대

캠퍼스 인턴학기제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한양대는 교내 창업경진대회 수상자와 경영대 학부생 등의 지원을 받아 25명을 선발했다. 경영대 교수들이 일반 기업의 공채 시험처럼 면접 등을 거쳐 창업 ‘정예’들을 뽑았다. 첫 시도임에도 경쟁률이 2 대 1에 달했다.

캠퍼스 인턴들은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듣지 않고 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15학점을 인정받는다. 동대문시장에 특화된 상거래 사이트를 구축하는 사업,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상권 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업 등 다양한 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보시스템학과 3학년 신정아 씨(20)는 “글자를 카메라로 인식해 시각장애인에게 읽어주는 이어폰 형태의 기기를 개발 중”이라며 “공대생이다 보니 창업을 위한 실무적 경험은 부족했는데 인턴학기제에서 구체적 조언과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학생들은 평일 오전 9시 사무실로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한다. 학교 측은 경영대 건물 3층에 130㎡ 규모의 ‘한양비즈니스랩’이라는 사무실을 마련했다. 유명 벤처회사 사무실을 참고해 사무용 책상, 컴퓨터를 갖춘 것은 물론 벽 일부를 화이트보드 재질로 꾸며 학생들이 마음껏 낙서하며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해외에서도 주목

인턴학기제는 한양대 특유의 창업 교육과 ‘액션 러닝(action learning)’을 결합한 실험이다. 한양대는 대학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학생 창업을 지원하고 관련 교육을 늘려왔다. 올해부터는 일반대학원에 창업에 특화된 창업융합학과도 신설했다. 첫 학기에 10여명의 학생이 선발돼 창업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우수 창업아이템을 내놓은 학생에게는 최대 5000만원의 창업지원금과 무료 창업준비 공간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양대는 교수 강의식 수업 방식을 탈피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경영대는 학부에 개설된 전체 80과목 중 24과목을 액션 러닝 수업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액션 러닝은 교수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의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체험’을 강조하는 교육 방식이다.

한양대의 인턴학기제 실험은 해외 대학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장은 “지난해 한양대를 방문한 세계경영대학협의회(AACSB) 부회장이 인턴학기제 도입 등의 구상을 듣더니 올해 4월 총회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낡은 이론 수업에서 벗어나 창업·경영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AACSB는 미국 주요 경영대 학장들이 1916년 설립한 비영리 인증기관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