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주일 미군
북한이 “주일 미군기지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일본 내 주요 미군기지는 도쿄 인근의 요코스카, 나가사키의 사세보, 히로시마 옆에 있는 이와쿠니, 규슈 남단의 오키나와 네 곳이다. 미사일 네 발을 동시에 쏜 것은 이 네 군데 기지를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한 행동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서쪽의 동창리가 아니라 동해안 쪽 원산에서 미사일을 쏜다면 이와쿠니와 사세보까지 사정권에 든다. 이와쿠니는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 등에 대응하기 위해 얼마 전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등 핵심 전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한 기지다. 북한은 지난해 7월에도 탄도미사일 세 발을 발사하면서 주일 미군을 선제타격하기 위한 훈련이었다고 공개했다. 경북 포항 지역과 부산항, 김해공항 등으로 들어오는 미군 증원전력을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에도 노동미사일로 샤리키 군사기지를 위협했다.

주일 미군은 여러 기지에 배치돼 있다. 모두가 한반도 유사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없이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중 요코스카와 사세보는 해군, 요코다는 공군, 캠프 자마는 육군 기지다. 오키나와에는 가데나(공군), 화이트비치(해군), 후텐마(해병대) 기지가 3곳이나 있다. 육군 중심의 주한 미군과 달리 해병대·해군 위주로 편성된 게 주일 미군이다.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7함대의 위력은 대단하다. 핵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전투력은 웬만한 국가와 맞먹는다. 항모 한 척에 이지스 구축함 일곱 척과 순양함 두 척, 상륙함 네 척, 핵추진 잠수함 세 척이 같이 움직인다. 항모에 달린 첨단 레이더만 10여개, 탑재기는 90여대다. 최대 병력 6000명에 작전반경 1000㎞, 속력은 시속 30노트(56㎞)다. 원자로 덕분에 항속거리는 무제한이다.

이런 파워를 앞세워 일본 전역과 대만 필리핀까지 잇는 방위선을 지키는 게 주일 미군의 역할이다. 오키나와 기지는 요충지 중에서도 요충지다. 중국이 태평양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괌이나 하와이,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막는 첫 번째 방어선이다. 그래서 주일 미군의 전력 절반이 이곳에 배치돼 있다.

북한의 도발에 일본 정부가 발끈하며 탄도미사일방어계획 증강 방침을 즉각 내놨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나 미 해군 이지스함의 레이더·미사일을 육상에 배치하는 ‘이지스 어쇼어’까지 앞당길 모양이다. 이래저래 매를 벌고 ‘죽을 꾀’만 자꾸 내는 게 북한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