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키 야가와 일본 원자력안전연구협회 이사장 "수평적 협업 부재가 후쿠시마 참사 키워"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 조직문화에 수평적, 협업적 사고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데서 비롯된 어처구니없는 대참사였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에는 정말 많은 인재가 있었지만 자신이 맡은 분야만 고집하다보니 정작 쓰나미에 대한 대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대참사를 키운 것입니다.”

일본 최고의 원자력 전문가로 꼽히는 겐키 야가와 일본 원자력안전연구협회 이사장(사진)은 7일 한국수력원자력이 경북 경주 하이코에서 연 ‘2017 원전 안전성 증진 심포지엄’ 주제발표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민간 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조사활동을 벌였다.

겐키 이사장은 “후쿠시마 원전 참사의 직접적 원인은 대지진이 아니고 쓰나미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규모 9의 대지진으로 외부 전원이 차단됐지만 쓰나미가 덮치기 전 약 50분 동안은 자체 디젤발전기를 포함한 비상냉각계통이 작동해 원자로 냉각이 잘 되고 있었다”며 “쓰나미 이후 디젤발전기 침수로 전력 공급이 중단된 것이 사고 확대의 주 요인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대재앙이 발생했는데 그럴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는 횡적 조직문화가 일본 내에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이 정말 안타까웠다”며 “한국도 원전사고의 근원적 방지를 위해 횡적 상호 협업문화가 원전정책 전반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겐키 이사장은 “후쿠시마 참사 이후 일본 내 원전 40여기 가운데 재가동되는 원전은 3기에 불과하다”며 “경기 불황 여파로 지금은 전력 수급에 큰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베 신조 정부도 원전 재가동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민의 반대 정서에 밀려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원전은 가장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인데도 잘못된 여론에 밀려 국가 에너지 대계의 중요 수단에서 배제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며 “그 여파는 전기요금 상승, 전력수급 불안정, 기후변화 대처능력 부족 등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전은 첨단 의료기술과도 절대 분리할 수 없는 중요 자원”이라며 “100년 미래를 내다보고 국가 생존 차원에서 원전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주 월성원전의 수명 연장 논란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수명을 연장해 원전을 다시 쓰고 있다”며 “경주 월성원전의 수명이 30년 지났다고 해서 당장 폐기처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밀 조사를 통해 쓸 수 있으면 다시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주=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