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름의 지갑을 열며] 올해 라면 트렌드는 '볶음'…볶음너구리 몰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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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열며]는 한경닷컴 유통·소비팀 세 명의 기자들이 독자에게 건네는 '쇼핑 목록'입니다. 세상은 넓고 신상품은 많지만 우리의 지갑은 얇기만 하죠. 허투루 지갑을 열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이 상품 사야 돼 말아야 돼, '지갑을 열며'가 대신 고민해 드립니다. 이제 똑똑한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소비하는 인간)로 거듭나 볼까요. [편집자주]
2015년 4월. 농심은 굵은 면발을 자랑하는 '짜왕'으로 정체돼 있던 라면 시장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이후 출시된 맛짬뽕은 오뚜기 진짬뽕에 밀려 패자가 됐고 지난해에는 눈에 띄는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농심이 올해 첫 신제품으로 꺼내든 카드는 신라면·안성탕면과 함께 농심의 3대 국물라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너구리'를 이용한 '볶음너구리'다.
짜파게티-짜왕처럼 기존 형태를 유지한 채 내용만 슬쩍 바꿔 '프리미엄' 타이틀을 붙인 게 아닌 '볶음면'으로 변주를 꾀했다는 점에서 도전 정신에 점수를 줄 만하다.
오뚜기는 지난해 여름 '볶음진짬뽕'을 내놓고 이 시장에 먼저 손을 뻗었다. 하지만 진짬뽕 인기가 한 풀 시든 데다 프리미엄 라면군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우동라면 시장은 타 제품군보다 1위 제품의 파워가 더 강력한 시장이다. 신라면의 국물라면 점유율이 10%대 후반, 짜파게티의 짜장라면 점유율이 70~80%대인 데 비해 너구리의 우동라면 시장 점유율은 99%에 달한다. 너구리라는 브랜드 가치가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농심이 이번 신제품에 '너구리'를 꺼내든 것도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가격 상승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농심은 과연 올해 라면 트렌드를 '볶음면'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일단 한 번 '볶아' 본다.
농심이니만큼 볶음면이라 해도 액상스프를 쓰는 일은 없다. 분말스프와 7.8g의 풍성한 건더기스프, 요즘 웬만한 라면에는 다 들어가는 고추기름 스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건더기스프는 대부분 홍합볼과 콩고기. 너구리 모양 어묵이 눈에 띈다. 소소한 부분까지 '너구리' 정체성을 살렸다는 점은 칭찬할 만 하다.
꼬들꼬들한 볶음전용면을 구현했다고 하는데, 큰 차이는 없다. 너구리보다 굵고 쫄깃하다는 느낌은 있지만, 이미 다른 굵은면들에서 업그레이드가 이뤄진만큼 경쟁력이 될 정도는 아니다. 너구리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뭘까. 대부분 '다시마 조각'을 떠올릴 것이다. 볶음너구리에도 다시마는 들어 있다. 하지만 기존 너구리처럼 커다란 조각이 아닌 잘게 잘라넣은 다시마다.
잘라 넣으니 건더기 스프의 미역과 구별되지 않고 먹을 때는 냄비나 그릇에 달라붙어 대부분 마지막까지 남아 있게 된다. 너구리만의 차별점이 약해졌다는 점에서 아쉽다. 다만 국물에서는 다시마 풍미가 꽤 깊게 느껴진다.
맛을 보면 삼양식품의 '볶음간짬뽕'이 먼저 생각난다.
간짬뽕에서 매운 맛을 줄이고 단맛과 해물맛을 강화하면 이런 느낌일 듯. 너구리 풍미의 간짬뽕이랄까.
실제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 오뚜기 볶음진짬뽕이 매운맛과 불맛에 방점을 둔 반면 볶음너구리는 최근 라면 시장 추세대로 단맛이 도드라진다.
하지만 볶음면류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야키우동도 단맛이 기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짜장·짬뽕류에서의 맥락 없는 단맛과는 차이가 있다.
오히려 매운 라면을 먹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나 어린 아이들에게는 볶음너구리가 좋은 대안일 수 있다.
너구리 특유의 해물향과 맛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홍합볼과 콩고기는 큼직해서 씹는 맛이 있고 이따금 씹히는 다시마의 식감도 나쁘지 않다.
전체적으로 '어디서 먹어본 듯한 맛'이 이어지면서 생각보다는 무난한 인상으로 마무리된다.
이름을 모르고 먹어도 너구리를 떠올릴 수 있는 맛이다. 단순히 이름만 가져온 제품은 아니라는 것. '너구리'라는 영광의 이름을 달 자격은 충분하다.
가격은 4개 들이 멀티팩이 4980원. 하지만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4+1 행사가 대부분의 마트에서 열리고 있어 실제로는 개당 995원에 구매할 수 있다.
국물 없는 볶음면류는 1개로 부족할 수 있어 멀티팩 구매가 답이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영상=문승호 한경닷컴 기자 w_moon91@hankyung.com
그래픽=이재근 한경닷컴 기자 rot0115@hankyung.com
절치부심한 농심이 올해 첫 신제품으로 꺼내든 카드는 신라면·안성탕면과 함께 농심의 3대 국물라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너구리'를 이용한 '볶음너구리'다.
짜파게티-짜왕처럼 기존 형태를 유지한 채 내용만 슬쩍 바꿔 '프리미엄' 타이틀을 붙인 게 아닌 '볶음면'으로 변주를 꾀했다는 점에서 도전 정신에 점수를 줄 만하다.
오뚜기는 지난해 여름 '볶음진짬뽕'을 내놓고 이 시장에 먼저 손을 뻗었다. 하지만 진짬뽕 인기가 한 풀 시든 데다 프리미엄 라면군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우동라면 시장은 타 제품군보다 1위 제품의 파워가 더 강력한 시장이다. 신라면의 국물라면 점유율이 10%대 후반, 짜파게티의 짜장라면 점유율이 70~80%대인 데 비해 너구리의 우동라면 시장 점유율은 99%에 달한다. 너구리라는 브랜드 가치가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농심이 이번 신제품에 '너구리'를 꺼내든 것도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가격 상승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농심은 과연 올해 라면 트렌드를 '볶음면'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일단 한 번 '볶아' 본다.
농심이니만큼 볶음면이라 해도 액상스프를 쓰는 일은 없다. 분말스프와 7.8g의 풍성한 건더기스프, 요즘 웬만한 라면에는 다 들어가는 고추기름 스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건더기스프는 대부분 홍합볼과 콩고기. 너구리 모양 어묵이 눈에 띈다. 소소한 부분까지 '너구리' 정체성을 살렸다는 점은 칭찬할 만 하다.
꼬들꼬들한 볶음전용면을 구현했다고 하는데, 큰 차이는 없다. 너구리보다 굵고 쫄깃하다는 느낌은 있지만, 이미 다른 굵은면들에서 업그레이드가 이뤄진만큼 경쟁력이 될 정도는 아니다. 너구리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뭘까. 대부분 '다시마 조각'을 떠올릴 것이다. 볶음너구리에도 다시마는 들어 있다. 하지만 기존 너구리처럼 커다란 조각이 아닌 잘게 잘라넣은 다시마다.
잘라 넣으니 건더기 스프의 미역과 구별되지 않고 먹을 때는 냄비나 그릇에 달라붙어 대부분 마지막까지 남아 있게 된다. 너구리만의 차별점이 약해졌다는 점에서 아쉽다. 다만 국물에서는 다시마 풍미가 꽤 깊게 느껴진다.
맛을 보면 삼양식품의 '볶음간짬뽕'이 먼저 생각난다.
간짬뽕에서 매운 맛을 줄이고 단맛과 해물맛을 강화하면 이런 느낌일 듯. 너구리 풍미의 간짬뽕이랄까.
실제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 오뚜기 볶음진짬뽕이 매운맛과 불맛에 방점을 둔 반면 볶음너구리는 최근 라면 시장 추세대로 단맛이 도드라진다.
하지만 볶음면류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야키우동도 단맛이 기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짜장·짬뽕류에서의 맥락 없는 단맛과는 차이가 있다.
오히려 매운 라면을 먹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나 어린 아이들에게는 볶음너구리가 좋은 대안일 수 있다.
너구리 특유의 해물향과 맛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홍합볼과 콩고기는 큼직해서 씹는 맛이 있고 이따금 씹히는 다시마의 식감도 나쁘지 않다.
전체적으로 '어디서 먹어본 듯한 맛'이 이어지면서 생각보다는 무난한 인상으로 마무리된다.
이름을 모르고 먹어도 너구리를 떠올릴 수 있는 맛이다. 단순히 이름만 가져온 제품은 아니라는 것. '너구리'라는 영광의 이름을 달 자격은 충분하다.
가격은 4개 들이 멀티팩이 4980원. 하지만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4+1 행사가 대부분의 마트에서 열리고 있어 실제로는 개당 995원에 구매할 수 있다.
국물 없는 볶음면류는 1개로 부족할 수 있어 멀티팩 구매가 답이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영상=문승호 한경닷컴 기자 w_moon91@hankyung.com
그래픽=이재근 한경닷컴 기자 rot011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