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가격 저항, 군산공장 가동률 등 감안해 결정
현대차 아반떼와 같은 차급인 준중형 모델인데도 최고 400만원 높은 가격을 책정해 거센 논란이 일자 고객 인도 전 파격적인 가격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한국GM은 8일 준중형 세단 '올 뉴 크루즈(All New Cruze)'의 판매 가격을 최대 200만원까지 파격적으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형 크루즈의 판매 가격은 1600만원대(자동변속기 기준)부터 시작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쉐보레는 신형 크루즈의 기본 모델인 LS트림 가격을 경쟁사 인기 모델을 정조준해 종전 가격 대비 200만원 인하한 1600만원대(자동변속기 기준)로 책정했다. 또 LT트림부터 선택사양으로 제공되는 내비게이션 패키지 가격을 40만원 인하했다.
올 뉴 크루즈의 판매 가격은 LS 1690만원, LT 1999만원, LT 디럭스 2151만원, LTZ 2308만원, LTZ 디럭스 2349만원(부가세 포함)이다. 이번에 인하된 가격은 신규 고객뿐 아니라 앞서 사전계약을 마친 2000여명의 고객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국GM 관계자는 "준중형 차급을 뛰어넘는 탁월한 제품 성능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시장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형 크루즈는 2008년 하반기 출시한 라세티 프리미어 이후 약 9년 만에 완전히 바뀐 신모델이다. 구형보다 커진 차체와 넓은 실내공간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가볍고 강성이 뛰어난 1.4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53마력, 최대토크 24.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시승 행사에 참여한 자동차 전문 기자들도 가속 성능 등에는 합격점을 주고 있다. 이전 모델에 비해 길이를 25㎜, 앞뒤 바퀴 간 거리(휠베이스)는 15㎜ 키웠다. 길이가 4665㎜로 준중형 시장 1위인 아반떼(4570㎜)보다 95㎜ 길다.
다만 가격 경쟁력이 문제였다. 신형 크루즈는 당초 기본형 가격이 1890만원부터 시작해 동급 아반떼(1410만원)보다 400만원 이상 비쌌다. 기존 모델(1750만~2325만원)에서 전체적으로 100만원 가량 인상했고, 일부 트림은 국산차 중형급 기본 모델에 달할 정도였다.
한국GM 측은 기존 준중형차를 뛰어넘는 크루즈의 크기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고가 정책을 고집했지만 가격 저항이 예상보다 더욱 거세지자 내부적으로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형 크루즈의 성공 여부는 군산공장의 가동률과도 직결돼 판매가 부진할 경우 여러 파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가격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고객 인도가 시작되기 전 신차의 가격을 선제적으로 파격 인하한 점에 대해서는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경쟁 차종에 비해 200만원 가까이 비싼 수준이어서 소비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미지수다.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은 "올 뉴 크루즈는 차체 크기, 성능, 안전성 등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상품성과 함께 고객 의견을 적극 반영한 과감한 가격 인하 조치를 통해 준중형차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GM은 최근 완벽한 품질 확보를 위해 공장 가동과 차량 인도를 잠정 중단했던 전수 점검을 마치고 지난 7일부터 크루즈 생산을 재개했다. 다음주부터 고객 인도도 시작한다.
변관열 한경닷컴 기자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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