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8일 오후 3시11분

[마켓인사이트] 풀무원, 가업승계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바통 터치' 수순 밟는 남승우 사장
식품 전문기업 풀무원은 지난달 28일 이효율 풀무원식품 사장을 풀무원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기존 남승우 총괄사장(사진) 단독대표에서 남승우·이효율 각자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1984년 창립 이후 이 회사 대표 체제에 변화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너인 남 사장이 지난해 밝힌 대로 가업승계 대신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너 지분은 어디로?

이 신임 대표는 풀무원그룹 2인자로 꼽힌다. 풀무원식품 및 푸드머스 대표를 겸임하고 있고, 2014년부터 풀무원의 새 먹거리인 해외 식품사업을 총괄할 정도로 남 사장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이 대표가 올해 말 남 사장에게 지휘봉을 넘겨받아 내년 초부터 단독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남 사장이 회사를 2세에게 물려주는 대신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만 65세가 되는 2017년 말 은퇴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풀무원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 매출 2조원 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대표가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받아 해외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마켓인사이트] 풀무원, 가업승계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바통 터치' 수순 밟는 남승우 사장
남 사장은 풀무원 지분 57.33%(218만3578주)를 가진 최대주주다. 보유 주식 평가액은 8일 종가(12만8000원) 기준 2794억원에 달한다.

이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업계 관심사다. 전체의 10%는 지난해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된 풀무원재단에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풀무원 관계자는 “성실공익법인에 특정 회사의 10%가 넘는 지분을 기부금으로 내려면 그 금액의 50%를 증여세(현금)로 납부해야 한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10%만 기부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50% 증여세를 내는 기부금 기준이 올라가면 기부 지분도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2세는 홀로서기?

풀무원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면 남 사장의 장남인 남성윤 풀무원USA 마케팅팀장은 계열사 올가홀푸드를 통해 ‘홀로서기’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그는 풀무원 지분은 갖고 있지 않지만 유기농 식품을 유통하는 계열사 올가홀푸드의 최대주주다.

남 팀장의 올가홀푸드 지분율(2015년 기준)은 94.95%다. 2013년 19.03%로 2대주주였지만, 2014년 풀무원아이씨가 보유한 지분 75.92%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풀무원아이씨는 남 사장 부부가 100%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다. 풀무원을 물려주는 대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가홀푸드가 향후 풀무원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커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적자 기업인 데다 풀무원과 지분 관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올가홀푸드는 2015년 매출 1024억원, 영업손실 19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