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기업 ZTE에 1.3조 '벌금폭탄'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이유로 한국 기업에 경제 보복조치를 확대하자 미국이 중국 기업에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렸다. 서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양측의 강(强) 대 강(强) 경제 보복은 가열될 전망이다.

미국 법무부·재무부·상무부는 7일(현지시간) 북한·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중국의 2위 통신장비업체 ZTE(중싱통신)에 11억9200만달러(약 1조3702억원)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했다. 미 정부가 자국의 제재법을 위반한 중국 기업에 부과한 벌금액 중 최대 규모다.

ZTE는 퀄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미국 기업에서 라우터와 서버,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포함한 통신장비를 사들인 뒤 이를 수출 금지국인 북한과 이란에 수출해온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다.

이번 벌금 부과는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을 방치하고 있는 중국에 책임을 묻는 압박성 제재 조치다. 한국과 미국은 북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결정했지만 중국이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을 중심으로 보복 조치를 취하자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일 이후 중국 내 롯데마트 99개 점포 중 55개에 소방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1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한국의 안보 문제인데도 중국이 치졸한 경제 보복을 이어갈 경우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또 다른 중국 기업에 보복을 취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미국의 경제 제재와 수출통제법을 무시하는 나라들은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들은 가장 혹독한 결과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제4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우리 기업과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국과의 경제·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