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리포트] 갈수록 커지는 베트남 유통시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마트 호찌민 1호점 진출 반년만에 투자금 회복
글로벌 유통업체 전장으로 변신한 베트남
도시화율, 가처분소득 증가 영향
중국서 실패 경험했던 유통 거인들…베트남에 '주력'
롯데마트 한류 앞세운 마케팅, 현지화 고집 않는 유연한 전략으로 순항
태국업체 공세 가속화
미국 이민 베트남인 '비엣끼우'발(發) 미류(美流)도 경계해야
글로벌 유통업체 전장으로 변신한 베트남
도시화율, 가처분소득 증가 영향
중국서 실패 경험했던 유통 거인들…베트남에 '주력'
롯데마트 한류 앞세운 마케팅, 현지화 고집 않는 유연한 전략으로 순항
태국업체 공세 가속화
미국 이민 베트남인 '비엣끼우'발(發) 미류(美流)도 경계해야
베트남이 ‘떠오르는 시장’이라는데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업종은 유통업이다. 도시화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해외기업들이 ‘달러’를 쏟아부으면서 베트남 가정의 평균 가처분소득도 증가하고 있다. 일상적인 가정용품에서부터 명절 선물 수요 등 소비 시장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엔 베트남 젊은층들이 ‘한 자녀’를 선호하면서 유아동 관련 시장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롯데마트, 이마트 등을 선두로 발 빠르게 베트남 시장에 진입했다. 이들은 이미 중국에서 뼈저린 패배의 경험을 맛본 바 있다. 2008년을 전후해 중국의 내수 시장이 커질 무렵,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앞세워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중국 현지인들의 선호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한국식 진열 방식을 고수했고, 무엇보다 중국 토종 유통업체들의 파상 공세를 예상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유통 ‘거인’들의 베트남 활약에 주목하는 이유다. ◆베트남서 약진하는 롯데마트
초기 성적으로만 보면 유통업체들의 베트남 진출은 성공적이다. 롯데마트는 베트남 전역에 6개 매장을 열었고, 이마트도 2015년 11월에 호치민 1호점을 개장했다. 이마트는 진출 반년여 만에 초기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정도로 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역시 흑자 시현은 물론, 향후 지가 상승이 예상되는 길목에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베트남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베트남에 진출했다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는 GS리테일이 진출 채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버랜드는 식자재 유통 시장의 강자로 등장했다. 삼성전자가 하노이 등에 대규모 가전 공장을 지은 덕분에 수만 명 근로자들을 위한 급식이 에버랜드에겐 주요 사업기회가 됐다. ‘바잉 파워’가 생기면서 다른 기업들에 식자재를 유통하는 등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CJ그룹은 외식에서부터 사료, 식자재유통 등 먹거리에 관한 한 베트남에서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유일한 기업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의 성공 비결 중 첫 손에 꼽는 것은 중국에서의 패배 경험이다. 한 번 쓴맛을 본 터라 실패 요인들을 제거하면서 성공 방정식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롯데마트는 한류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에서 지나치게 현지화 공식에만 집착하다가 ‘한국 마트’라는 고유의 특성을 잃었던 것에서 교훈을 얻었다. 롯데마트 호찌민법인 관계자는 “현지화라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가지고 가되, 현지인들에 맞게 이를 구현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에 가면 한국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한국적인 무언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려는 것이 롯데마트가 지향하는 목표다. 현지 유통업체 관계자는 “외국의 대형마트가 토종 업체와 가격 경쟁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다”고 지적했다.
◆태국업체 공세 갈수록 늘어
베트남 유통시장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는 식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행보가 너무 느린 거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들게 할 정도다.
작년엔 태국 유통업체들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태국업체들은 현지 빅씨마트, 메트로 등을 인수하면서 베트남에 근거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베트남과 태국은 관세 장벽을 허문 사이다. 지역적으로 가까워 물류비, 생산비 등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양국은 서로 동남아의 맹주를 다투고 있고, 관광 산업에 관한 한 라이벌 관계지만 문화적으로는 매우 비슷하다. 비슷한 기후 조건이다 보니 주거나 생활방식 등이 비슷할 수 밖에 없다. 태국 상품이 앞으로 봇물 터지듯 베트남 시장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미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도 위협 요소다. 현지 유통업체들 사이에선 한류 다음엔 미류(美流)라는데 이견이 거의 없다. ‘보트 피플’의 자녀들이 미국에서 고학력으로 무장한 채 금의환향하면서 미국 문화를 가져오고 있는 데다 현지인들도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서 해외여행 경험이 많아진 덕분이다. 미국에 이민 가 있는 베트남 사람들을 일컫는 ‘비엣끼우’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직 미국 상품을 취급하는 마트가 적고, 상품 가짓수도 부족하지만 미국풍의 상품을 원하는 수요는 매년 커지고 있다. 월마트 진출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배경이다.
소형점포 확대도 베트남에서 나타나고 있는 유통업계의 변화 중 하나다. 토종 업체인 빈그룹에 소속된 빈마트플러스와 미국계 편의점인 서클케이가 놀라운 속도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더운 나라이고, 대량으로 구매를 하지 않는 베트남 소비습성을 감안하면 앞으로 소형점포의 확대는 수년간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국내 유통업체들은 롯데마트, 이마트 등을 선두로 발 빠르게 베트남 시장에 진입했다. 이들은 이미 중국에서 뼈저린 패배의 경험을 맛본 바 있다. 2008년을 전후해 중국의 내수 시장이 커질 무렵,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앞세워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중국 현지인들의 선호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한국식 진열 방식을 고수했고, 무엇보다 중국 토종 유통업체들의 파상 공세를 예상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유통 ‘거인’들의 베트남 활약에 주목하는 이유다. ◆베트남서 약진하는 롯데마트
초기 성적으로만 보면 유통업체들의 베트남 진출은 성공적이다. 롯데마트는 베트남 전역에 6개 매장을 열었고, 이마트도 2015년 11월에 호치민 1호점을 개장했다. 이마트는 진출 반년여 만에 초기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정도로 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역시 흑자 시현은 물론, 향후 지가 상승이 예상되는 길목에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베트남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베트남에 진출했다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는 GS리테일이 진출 채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버랜드는 식자재 유통 시장의 강자로 등장했다. 삼성전자가 하노이 등에 대규모 가전 공장을 지은 덕분에 수만 명 근로자들을 위한 급식이 에버랜드에겐 주요 사업기회가 됐다. ‘바잉 파워’가 생기면서 다른 기업들에 식자재를 유통하는 등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CJ그룹은 외식에서부터 사료, 식자재유통 등 먹거리에 관한 한 베트남에서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유일한 기업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의 성공 비결 중 첫 손에 꼽는 것은 중국에서의 패배 경험이다. 한 번 쓴맛을 본 터라 실패 요인들을 제거하면서 성공 방정식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롯데마트는 한류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에서 지나치게 현지화 공식에만 집착하다가 ‘한국 마트’라는 고유의 특성을 잃었던 것에서 교훈을 얻었다. 롯데마트 호찌민법인 관계자는 “현지화라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가지고 가되, 현지인들에 맞게 이를 구현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에 가면 한국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한국적인 무언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려는 것이 롯데마트가 지향하는 목표다. 현지 유통업체 관계자는 “외국의 대형마트가 토종 업체와 가격 경쟁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다”고 지적했다.
◆태국업체 공세 갈수록 늘어
베트남 유통시장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는 식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행보가 너무 느린 거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들게 할 정도다.
작년엔 태국 유통업체들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태국업체들은 현지 빅씨마트, 메트로 등을 인수하면서 베트남에 근거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베트남과 태국은 관세 장벽을 허문 사이다. 지역적으로 가까워 물류비, 생산비 등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양국은 서로 동남아의 맹주를 다투고 있고, 관광 산업에 관한 한 라이벌 관계지만 문화적으로는 매우 비슷하다. 비슷한 기후 조건이다 보니 주거나 생활방식 등이 비슷할 수 밖에 없다. 태국 상품이 앞으로 봇물 터지듯 베트남 시장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미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도 위협 요소다. 현지 유통업체들 사이에선 한류 다음엔 미류(美流)라는데 이견이 거의 없다. ‘보트 피플’의 자녀들이 미국에서 고학력으로 무장한 채 금의환향하면서 미국 문화를 가져오고 있는 데다 현지인들도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서 해외여행 경험이 많아진 덕분이다. 미국에 이민 가 있는 베트남 사람들을 일컫는 ‘비엣끼우’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직 미국 상품을 취급하는 마트가 적고, 상품 가짓수도 부족하지만 미국풍의 상품을 원하는 수요는 매년 커지고 있다. 월마트 진출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배경이다.
소형점포 확대도 베트남에서 나타나고 있는 유통업계의 변화 중 하나다. 토종 업체인 빈그룹에 소속된 빈마트플러스와 미국계 편의점인 서클케이가 놀라운 속도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더운 나라이고, 대량으로 구매를 하지 않는 베트남 소비습성을 감안하면 앞으로 소형점포의 확대는 수년간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