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트럼프 '신약 규제 완화' 정책 큰 호재…위축됐던 헬스케어 시장 다시 활기
지난 1월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제약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의 만남. 이 회동을 전후로 글로벌 헬스케어산업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혁신적인 신약이 쉽게 출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위축 조짐을 보였던 헬스케어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가 신약 개발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제약업계 변곡점 될 2017년

당시 미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약업계에 전한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약값을 낮춰야 한다는 것. 둘째는 그 대신 혁신적인 신약이 쉽게 출시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검토 기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중 부정적 요인인 전자는 지난 1년간 제약업종에 꾸준히 반영돼왔다. 후자는 이번에 새롭게 제시된 정책이다. 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초 우려에 비해 신약 개발에 대한 올해 제약·바이오 업종의 투자 분위기가 개선될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다.

과거의 신약 개발 임상은 소규모로 진행되고 허가 기관의 리뷰 기간도 짧았다. 지금은 신약을 개발하는 데 평균적으로 15년의 시간과 25억달러의 비용이 든다. 신약 개발 비용이 급증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FDA의 규제 강화다. 이 때문에 신약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트럼프 대통령이 조성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시장성 높은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에 큰 호재다. 물론 아직 신약 개발 승인 과정이 어떻게 변할지 정해지지 않아 각 업체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순 없다. 다만 트럼프 정부 내에서 신약 개발사의 기술 이전 가능성이 커지는 긍정적인 시장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은 다양한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항암제에서는 △면역항암제 △이중항체 △카이메릭 항원 수용체(CAR)-T 세포요법 등이 성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 △아토피를 포함한 알레르기 △병원 및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솔루션 △알츠하이머 등도 헬스케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질적·양적 도약할 시기”

지난 2년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크게 달라졌다. 그 계기가 된 사건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 계약이다. 국내에서는 기술이전을 통한 신약 개발 과정을 업계와 투자자 모두가 아직 경험해본 적이 없다. 이번 사태를 놓고 단순하게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를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신약 개발을 확대하게 됐고, 많은 업체가 성장 전략으로 신약 개발을 제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의 계약 해지 또한 신약 개발의 한 과정이라는 것을 업계와 투자자 모두가 배웠다는 점이다. 개발의 리스크를 경험하는 것 역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둘째는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동아에스티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이다. 앞으로 국내 업체 연구개발(R&D)의 질적인 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동안 국내 신약 개발 방식은 동급 최강(best-in-class)을 지향하며 진행해왔으나 차세대 후보물질을 초기 단계에서 성공적으로 계약한 동아에스티 사례를 통해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의 가능성과 당위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글로벌 수요와 트렌드를 앞서 읽어내야 한다는 것을 공감한 계기가 됐다는 뜻이다. 지난 2년간 업계에서 일어난 각종 이슈를 통해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지향점이 양적, 질적인 면 모두 한 단계 뛰어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관심을 둬야 할 종목은

향후 헬스케어 시장은 신약 개발이 어느 정도 진전되는지 여부와 신약 후보 물질의 평가에 따라 양극화할 것이다. 해당 업체들의 주가도 이에 따라 차별화될 전망이다. 국내 헬스케어주 투자자라면 녹십자를 포함해 향후 FDA 검토 기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미국 시장을 노리는 업체들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독소 제제 ‘나보타’의 미국 생산을 위해 2~3분기 중 FDA에 생물의약품허가(BLA)를 신청할 예정이다. SK파이오팜 역시 수면무호흡증과 기면증 치료제를 판매하기 위해 신약허가(NDA)를 신청할 계획이다.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업체 역시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아져 긍정적이다. 동아에스티, 종근당, JW중외제약, 제넥신 등이다.

곽진희 <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jhkwak@eugenef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