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얼흥얼한 멜로디가 악보로…작곡도 이젠 어렵지 않아요~
“요즘 작곡에 흥미가 생겼어요. 진영이 형(B1A4 소속)이 작곡 앱(응용프로그램)을 알려줘서 조금씩 해 보는 중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 이름으로 앨범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해 10월 만난 배우 박보검의 말이다. 가수가 아닌 연예인들부터 일반인까지도 어렵지 않게 뮤지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비전문가들도 쉽게 곡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들이 등장하며 작곡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만 해도 그 멜로디를 악보로 옮겨주는 앱도 등장했다. 쿨잼컴퍼니가 개발한 ‘험온’이다.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험온은 9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20만건을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다.

최병익 쿨잼컴퍼니 대표(사진)는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인데도 음악은 그렇지 않다”며 “악기 연주, 화성학 등 진입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험온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최 대표는 원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서 센서를 개발했다. 전기공학을 전공했지만 악기를 7개나 다룰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공학이 만나는 지점을 고민하게 됐다. 바로 음악정보인출(MIR·music information retrieval) 기술이었다. 소리인 음악을 ‘신호’로 바꿔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MIR 기술을 이용하면 악기를 다룰 줄 몰라도, 복잡한 화성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마음껏 작곡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내 동료 5명과 의기투합해 흥얼거리는 소리를 신호로 변환해 악보로 만들어주는 앱(험온)을 구상하게 된 계기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 과제로 선정된 험온은 사내 심사를 거쳐 지난해 10월 독립에 성공했다.

험온을 이용하면 허밍(흥얼거림)을 통해 만들어진 악보에서 R&B, 발라드, 록, 오케스트라 등 원하는 장르의 화음도 붙여준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빅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을 활용한 것. 다양한 종류의 악보를 학습한 프로그램이 사용자가 만든 악보에 어울릴 만한 화음을 골라 입혀주는 것이다.

국내외 사용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하루 평균 1000여명이 다운로드를 하고 있으며 전체의 절반이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이용자다.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실용음악을 전공한 뮤지션도 영입했다. 유명 가수들과의 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특정 가수의 음악 스타일을 학습시켜 그의 스타일로 화음을 입혀주는 식이다.

앱이 활성화될수록 기존 작곡가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아닐까. 최 대표는 “오히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음악가들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최 대표는 “사진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처럼 자신이 만든 음악을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을 7월 중 출시할 계획”이라며 “비전문가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음악 플랫폼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