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통상 보이그룹을 ‘수출용’, 걸그룹을 ‘내수용’으로 분류한다. 국내에선 걸그룹이 인기지만 해외에서 콘서트를 열고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빅뱅 방탄소년단 같은 남성 아이돌그룹이기 때문이다. 단 하나 예외가 SM(에스엠)의 소녀시대였다. 2011~2013년 소녀시대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며 소속사 주가를 2년 만에 네 배 이상 끌어올렸다. 이후 ‘춘추전국시대’였던 걸그룹 시장에 소녀시대의 뒤를 이을 대형 재목이 등장했다. 오는 6월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종목명 JYP Ent.)의 다국적 걸그룹 트와이스다.
'사드 보복' 잠재운 트와이스 효과…JYP엔터, 사상최대 실적 '낙낙'
◆소녀시대 넘을까

JYP엔터테인먼트는 9일 코스닥시장에서 0.77% 오른 5230원에 장을 마쳤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SM과 YG엔터테인먼트 등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4거래일 연속 상승세(총 6.1% 상승)다. 트와이스의 가파른 인기 상승으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밀어올렸다.

JYP엔터는 작년 매출이 746억원으로 전년보다 45.7%, 영업이익은 138억원으로 228.9% 늘었다고 8일 공시했다. 증권가의 영업이익 예상치 11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깜짝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18.5%에 달한다.

가수 박진영이 이끄는 JYP엔터는 3대 연예기획사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그동안 증권가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SM과 YG에 비해 시가총액이 절반 이하로 작기 때문이다. ‘텔미(Tell me) 열풍’을 일으켰던 원더걸스 이후 간판 아이돌그룹이 없었다. 하지만 2015년 10월 데뷔한 트와이스가 연거푸 히트곡을 만들면서 회사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트와이스는 작년 발표한 ‘치어 업(CHEER UP)’ ‘티티(TT)’에 이어 올해 ‘낙낙(KNOCK KNOCK)’까지 내놓는 곡마다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소녀시대 이후 최고의 걸그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트와이스 앨범의 선주문 판매량은 31만장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6월 트와이스의 일본 진출에 주목하고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모모 사나 미나 등 일본인 멤버 세 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 진출로 수익성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소녀시대의 2011년 기록인 콘서트 관객 수 20만명 동원도 다시 한번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JYP엔터는 중국 매출이 전체의 10% 미만으로 ‘사드 후폭풍’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다는 강점도 갖고 있다.

◆미국 적자법인 해소가 과제

다만 적자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 계열사 JYP엔터테인먼트인코퍼레이션(지분 90% 보유)은 숙제로 남아있다. JYP엔터는 2011년 미국 진출 실패로 적자가 확대돼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작년에도 9월까지 4억2000만원의 적자를 냈으며 자기자본 ‘-121억원’이라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JYP엔터 관계자는 “미국에서 사업을 계속 진행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아직 구체적인 청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인 수지와의 재계약 여부도 주가에 영향을 미칠 요소다. 광고모델과 배우로 활동하는 수지는 이 회사 매출에서 2~3위 비중이다. 회사 측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 중”이라고만 밝혔다. 계약기간은 이달까지다. 올해 보이그룹 2PM의 택연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줄줄이 군에 입대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기훈 연구원은 “다른 연예인들의 움직임도 지켜봐야겠지만 트와이스의 성장세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올해 JYP엔터 주가는 여기에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