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김과장…'기승전-연애' 없어도 잘만 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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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김과장…'기승전-연애' 없어도 잘만 나가네](https://img.hankyung.com/photo/201703/AA.13486410.1.jpg)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비키(VIKI)가 지난해 내놓은 한·중·미 합작 드라마 ‘드라마월드’에 나오는 대사다. 오랫동안 한국 드라마의 특징으로 꼽혀온 ‘기승전 연애’식의 상투적 스토리 전개를 꼬집은 것이다. 한국 드라마에선 주인공들의 사소한 말다툼부터 심각한 교통사고와 기억상실까지 모든 소재가 주인공의 로맨스 전개를 위한 장치로 쓰인다. 이 때문에 정통 사극이나 스릴러 등 장르의 특징이 퇴색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엔 이야기가 달라졌다. SBS의 월화드라마 ‘피고인’(사진),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 등 주요 시간대 시청률 1위 드라마에선 연인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진부한 멜로 대신 직업 세계를 집중 조명하거나 추리, 사회 풍자를 다루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피고인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박정우(지성 분)가 재벌 2세를 수사하던 중 갑자기 가족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 이야기다. 남녀 로맨스에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이야기의 주요 소재인 살인 사건에 집중한다.
로맨스가 빠진 대신 애틋한 가족애가 극의 감정선을 구성한다. 시청률은 매회 오름세다. 지난 1월 첫 방송 시청률은 14.5%였다. 박정우가 딸을 되찾고 누명을 벗기 위해 분투하는 14회는 지난 7일 시청률 24.9%를 기록했다.
김과장은 ‘직장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라는 전형적인 오피스 드라마 구도를 벗어났다. 주인공 김성룡(남궁민 분) TQ그룹 경리부 과장과 경리부원들이 비리로 무너져가는 회사를 세우려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김성룡과 윤하경(남상미 분)은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시청률 5.5%로 케이블채널 동시간대 1위인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도 비슷하다. 112 신고센터장인 강권주(이하나 분)와 강력계 형사 무진혁(장혁 분)이 힘을 합쳐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이 드라마의 뼈대다. 두 남녀 주인공은 생사가 걸린 위기를 함께 넘기기도 하지만 동료애 이상의 감정을 드러내진 않는다.
한 방송사 드라마 PD는 “강렬하고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은 드라마의 좋은 소재이지만 다른 이야기 전개를 어렵게 하기도 한다”며 “연애 이야기를 빼면 선악 문제나 직업 윤리 등에 관한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를 깊이 파헤치고, 보다 독특한 인물을 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 많은 드라마가 ‘로맨스 지상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이유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