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입에 안대도 위험?…간암·폐암 발병 주범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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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 간암·폐암 발병 원인
간암 환자 72%는 B형 감염자
간염 걸렸다면 6개월마다 검진…항바이러스제 꾸준히 복용해야
당뇨·고지혈증·비만 등 지방간 위험…적정 체중 유지하고 건강관리 신경
여성 폐암 환자 90%가 비흡연자
대기오염·미세먼지·요리할 때 연기…WHO, 비흡연자 폐암 원인으로 꼽아
45세 넘었다면 폐CT 등 검진 받아야
간암 환자 72%는 B형 감염자
간염 걸렸다면 6개월마다 검진…항바이러스제 꾸준히 복용해야
당뇨·고지혈증·비만 등 지방간 위험…적정 체중 유지하고 건강관리 신경
여성 폐암 환자 90%가 비흡연자
대기오염·미세먼지·요리할 때 연기…WHO, 비흡연자 폐암 원인으로 꼽아
45세 넘었다면 폐CT 등 검진 받아야
많은 이들이 간암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 생긴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간암 환자 중 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간암에 걸린 사람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흡연이 주원인으로 알려진 폐암도 마찬가지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 중 폐암에 걸린 사람은 예상보다 많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국내 여성 폐암 환자 10명 중 9명은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사람으로 알려졌다.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폐암이나 간암 위험이 없다고 안심하기 쉽다. 이 때문에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게을리하거나 비슷한 증상이 있어도 치료를 미루다 병을 키우는 일이 있다. 음주 흡연 등 건강에 위협을 주는 생활습관이 없어도 암이 생기는 요인은 많다. 나쁜 습관이 없어도 각종 질환 예방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바이러스성 간암, 비흡연자에게 생기는 폐암 등의 원인과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술 안 마셔도 간 건강 위협하는 바이러스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국내 간암 환자 중 알코올에 직접 영향을 받아 간암에 걸린 사람은 9%에 불과하다. 환자의 72%는 B형 간염 바이러스 영향을 받았고, 12%는 C형 간염 바이러스 영향을 받았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대부분 태어날 때 바이러스를 가진 어머니에게서 감염된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만성간염이나 간경화 등으로 진행되다가 간암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국내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예방백신을 도입한 뒤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여전히 간암 환자의 상당수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치료를 게을리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한간학회 조사 결과, B형 간염 감염자 중 ‘치료를 받았다’고 답한 사람은 67%였다. 33%는 치료받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면 몸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를 공격해 간세포가 손상된다. 이 때문에 딱딱한 섬유조직으로 바뀌며 간이 망가진다. B형 간염 감염자는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항바이러스치료제를 복용해 간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서석원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항바이러스치료제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면서도 “만성 B형 간염 감염자는 치료제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 간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약을 매일 복용하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이나 간이식 위험이 59% 줄어든다. 간암 위험도 20% 감소한다.
증상 없어 간과하는 C형 간염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환자도 많다. C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데다 전염 경로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국내 감염 환자가 늘고 있다.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30%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환자 스스로 자신의 병을 아는 비율은 35%에 불과하다.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한국인의 1% 정도는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로 추정된다. 만성 간질환의 15% 정도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다. C형 간염은 혈액으로 전파된다. 주삿바늘을 재사용하거나 비위생적인 피어싱, 문신 등을 받을 때 감염 위험이 높다.
C형 간염은 감염돼도 별다른 증상이 없다. 만성 간염으로 바뀌면 약한 피로감, 소화불량, 복부 불쾌감 등만 호소한다. 이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않는 사람이 많다.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20~30% 정도가 간경변증에 걸리고 이들에게 간암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C형 간염 백신은 없지만 먹는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치료제를 활용하면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항바이러스제가 발달하면서 B형 간염, C형 간염 확산 추세는 꺾였지만 비만 인구가 늘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
정상 상태인 간은 지방 비율이 5% 정도다. 이보다 지방이 많으면 지방간이다.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실 때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에게도 지방간이 많다. 간에 무리되지 않을 만큼 술을 마시는 사람(남성은 하루 소주 2잔, 여성은 맥주 1잔 이하)의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한다. 일부는 간세포가 괴사해 염증이 나타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생기기도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10~15%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한다. 비만인 사람의 간암 발생 위험은 정상 체중인 사람의 두 배 정도다.
서 교수는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 중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병원을 찾지 않고 방치하다 뒤늦게 간암 진단을 받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다”며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도 건강검진을 통해 간염이나 지방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B형 간염 항체가 없으면 예방백신을 맞고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거나 지방간, 간경변증이 있으면 6개월마다 복부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비흡연자 폐암도 증가
폐암에 걸리는 비흡연자도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그 원인으로 주방에서 요리할 때 생기는 연기, 대기오염, 미세먼지 등을 꼽았다. 흡연자보다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흡연자가 오랜 기간 흡연자와 같이 생활하며 간접흡연을 하면 담배 필터에 의해 걸러지지 않은 담배 연기를 그대로 흡입해 발암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병준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비소세포성 폐암 중 편평상피세포암은 남성 흡연자에게 많이 생기지만 젊은 비흡연자들에게는 선암이 많이 생긴다”며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이라도 폐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폐경 여성의 호르몬 치료와 폐암 발생 간 연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폐암이 생길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비흡연자라고 해도 평소 폐 건강에 관심을 갖고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비흡연자가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정에서 조리를 할 때 반드시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환풍기를 작동하는 것이 좋다. 생선이나 고기 등 음식을 굽거나 볶는 등 가열할 때는 뚜껑을 덮고 조리해야 한다. 박 교수는 “객혈 호흡곤란 흉부통증 등 증상이 있으면 폐암이 이미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검진받아야 한다”며 “비흡연자라고 해도 45세 이상이나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으면 저선량 폐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정기 검진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국내외 연구를 보면 여성 폐암 환자는 남성보다 생존율이 높다”며 “조기 발견하면 수술로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이라도 적극적으로 검진하고 치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서석원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박병준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폐암이나 간암 위험이 없다고 안심하기 쉽다. 이 때문에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게을리하거나 비슷한 증상이 있어도 치료를 미루다 병을 키우는 일이 있다. 음주 흡연 등 건강에 위협을 주는 생활습관이 없어도 암이 생기는 요인은 많다. 나쁜 습관이 없어도 각종 질환 예방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바이러스성 간암, 비흡연자에게 생기는 폐암 등의 원인과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술 안 마셔도 간 건강 위협하는 바이러스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국내 간암 환자 중 알코올에 직접 영향을 받아 간암에 걸린 사람은 9%에 불과하다. 환자의 72%는 B형 간염 바이러스 영향을 받았고, 12%는 C형 간염 바이러스 영향을 받았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대부분 태어날 때 바이러스를 가진 어머니에게서 감염된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만성간염이나 간경화 등으로 진행되다가 간암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국내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예방백신을 도입한 뒤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여전히 간암 환자의 상당수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치료를 게을리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한간학회 조사 결과, B형 간염 감염자 중 ‘치료를 받았다’고 답한 사람은 67%였다. 33%는 치료받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면 몸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를 공격해 간세포가 손상된다. 이 때문에 딱딱한 섬유조직으로 바뀌며 간이 망가진다. B형 간염 감염자는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항바이러스치료제를 복용해 간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서석원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항바이러스치료제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면서도 “만성 B형 간염 감염자는 치료제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 간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약을 매일 복용하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이나 간이식 위험이 59% 줄어든다. 간암 위험도 20% 감소한다.
증상 없어 간과하는 C형 간염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환자도 많다. C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데다 전염 경로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국내 감염 환자가 늘고 있다.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30%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환자 스스로 자신의 병을 아는 비율은 35%에 불과하다.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한국인의 1% 정도는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로 추정된다. 만성 간질환의 15% 정도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다. C형 간염은 혈액으로 전파된다. 주삿바늘을 재사용하거나 비위생적인 피어싱, 문신 등을 받을 때 감염 위험이 높다.
C형 간염은 감염돼도 별다른 증상이 없다. 만성 간염으로 바뀌면 약한 피로감, 소화불량, 복부 불쾌감 등만 호소한다. 이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않는 사람이 많다.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20~30% 정도가 간경변증에 걸리고 이들에게 간암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C형 간염 백신은 없지만 먹는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치료제를 활용하면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항바이러스제가 발달하면서 B형 간염, C형 간염 확산 추세는 꺾였지만 비만 인구가 늘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
정상 상태인 간은 지방 비율이 5% 정도다. 이보다 지방이 많으면 지방간이다.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실 때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에게도 지방간이 많다. 간에 무리되지 않을 만큼 술을 마시는 사람(남성은 하루 소주 2잔, 여성은 맥주 1잔 이하)의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한다. 일부는 간세포가 괴사해 염증이 나타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생기기도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10~15%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한다. 비만인 사람의 간암 발생 위험은 정상 체중인 사람의 두 배 정도다.
서 교수는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 중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병원을 찾지 않고 방치하다 뒤늦게 간암 진단을 받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다”며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도 건강검진을 통해 간염이나 지방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B형 간염 항체가 없으면 예방백신을 맞고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거나 지방간, 간경변증이 있으면 6개월마다 복부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비흡연자 폐암도 증가
폐암에 걸리는 비흡연자도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그 원인으로 주방에서 요리할 때 생기는 연기, 대기오염, 미세먼지 등을 꼽았다. 흡연자보다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흡연자가 오랜 기간 흡연자와 같이 생활하며 간접흡연을 하면 담배 필터에 의해 걸러지지 않은 담배 연기를 그대로 흡입해 발암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병준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비소세포성 폐암 중 편평상피세포암은 남성 흡연자에게 많이 생기지만 젊은 비흡연자들에게는 선암이 많이 생긴다”며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이라도 폐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폐경 여성의 호르몬 치료와 폐암 발생 간 연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폐암이 생길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비흡연자라고 해도 평소 폐 건강에 관심을 갖고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비흡연자가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정에서 조리를 할 때 반드시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환풍기를 작동하는 것이 좋다. 생선이나 고기 등 음식을 굽거나 볶는 등 가열할 때는 뚜껑을 덮고 조리해야 한다. 박 교수는 “객혈 호흡곤란 흉부통증 등 증상이 있으면 폐암이 이미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검진받아야 한다”며 “비흡연자라고 해도 45세 이상이나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으면 저선량 폐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정기 검진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국내외 연구를 보면 여성 폐암 환자는 남성보다 생존율이 높다”며 “조기 발견하면 수술로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이라도 적극적으로 검진하고 치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서석원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박병준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