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은 10일 온라인 홈페이지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식을 헤드라인 뉴스로 올렸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영국 BBC, 미국 CNN,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화면.
주요 외신들은 10일 온라인 홈페이지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식을 헤드라인 뉴스로 올렸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영국 BBC, 미국 CNN,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화면.
한국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자 미국 중국 일본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 동맹국인 미국과 일본의 언론들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차기 대통령선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대(對)북한 및 중국 외교·안보정책이 달라져 한·미·일 3국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전했다.

美 언론, 차기 대선 결과 우려

외신 기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외신 기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은 헌재 판결 직후 굳건한 한·미 동맹과 차기 정권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논평에서 “한국민과 민주적 기관이 자국의 미래를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그런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남은 임기 동안 계속 협력할 것이며, 한국민이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더라도 생산적인 관계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또 “한·미 동맹은 역내 안정과 안보의 린치핀(핵심)”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것을 포함해 동맹국의 책임을 계속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헌재 판결에 앞서 지난 7일부터 역내 지역 안보에 중요한 수단이 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시작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오는 17~18일 한국을 방문한다.

미국의 주요 언론은 향후 한국 대선에 우려를 나타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 한국의 대외환경이 가장 민감한 때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왔다”며 “진보 성향의 문재인(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의 대외정책 방향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박 대통령 탄핵으로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회의적이고, 북한과 중국에 호의적인 야당 지도가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관측했다. 뉴욕타임스는 “보수 인사들에 대한 불신으로 박 대통령의 뒤를 이을 보수 후보가 없는 가운데 야당 후보가 10년 만에 권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며 “야당 지도자는 기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중국과의 긴장 관계를 완화하길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中 언론, 사드 번복 기대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이 빨리 정치적 안정을 되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 많은 일을 했지만 사드 배치 결정을 내려 관계 발전에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CCTV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생방송 회견을 중단하고 한국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을 실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일부 관영 언론은 헌재 결정을 환영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인터넷 홈페이지 첫 화면에 박 대통령 사진을 게재하고 ‘짜이젠(안녕)! 박근혜’라는 설명을 달았다. 환구시보는 “헌재 판결이 한국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며 “박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박 전 대통령의 안보정책이 차기 정부에서 뒤바뀔 것을 염두에 둔 보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日 “관계 경색 장기화할 수도”

일본은 차기 정부와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며 “새로운 정권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NHK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체포돼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헌재 판결 후 국정 혼란을 해소하고 국론분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큰 과제로 남았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헌재 결정이 “양국 관계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일본과 합의한 위안부 문제, 안보협력 사항 등이 (차기 정부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反)일본 성향의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 서울과 부산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철거는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되자 항의 표시로 지난 1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들인 뒤 귀임시키지 않고 있다.

워싱턴=박수진/도쿄=서정환/베이징=김동윤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