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 탄핵 결정문 낭독시간, 노무현 전 대통령때보다 2분 짧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은 여러모로 13년 전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마치 시계를 되돌린 듯했다. 2004년 5월14일 오전, TV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장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당직자들과 TV를 지켜보는 모습도 간간이 비쳤다.

13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두 번의 탄핵심판은 모두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다. 노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는 공직선거법 위반, 측근비리, 국정파탄 등 3개였다. 헌재는 탄핵소추안을 접수하고 63일간 7차례 공개변론과 3명의 증인 진술을 들었다. 2004년 4월30일 변론이 종결된 뒤 2주 만에 ‘기각’을 선고했다. 결정문 낭독시간은 24분이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훨씬 치열했다. 직권남용을 비롯해 소추사유만 13개(헌재는 5개로 추렸음)에 달했다. 선고까지 걸린 일수도 92일에 달했다. 하지만 10일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탄핵 결정문 낭독 시간은 노 대통령 때보다 2분 짧은 22분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 결정문 분량은 A4 용지 89쪽으로 노 대통령(40쪽) 때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두 차례의 탄핵심판에 등장한 주역들의 운명은 극적으로 뒤바뀌었다. 노 대통령은 ‘탄핵 기각’을 선고받고 기사회생했다. 당시 노 대통령을 탄핵심판으로 몰고가는 데 역할을 했던 박 대통령은 13년 뒤 탄핵 심판대에 올라 ‘파면’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 실장은 더욱 극명하게 추락했다. 노 대통령 탄핵심판 때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던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강요)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기소됐다. 탄핵 위기에 처한 노 대통령을 위해 대통령 대리인단 간사를 맡았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여 가결시켰고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