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10일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탄핵 결정이 사회 곳곳에서 불거진 갈등이 봉합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보였다. 92일간 진행된 탄핵심판 동안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과 친구,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인마저 갈라놓을 정도로 사회 곳곳에서 불화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탄핵 찬반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관계가 냉랭해지는 일까지 있었다. 이날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에 나온 장모씨(60)는 “매주 촛불집회에 나가는 셋째 아들과 몇 주째 대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정치 얘기할 때마다 큰 소리가 나오고 감정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직장인 최모씨(34)는 “그동안 매주 태극기집회에 나가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탄핵이 결정된 만큼 앞으로 좀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만장일치 탄핵 결정이 세대 간 갈등을 푸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형 교회에 다니는 김모씨(24)는 교인들 간의 갈등이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일부 목사가 탄핵심판 기간 내내 사람들에게 태극기집회에 참석하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젊은 교인들이 떠나는 등 교회가 시끄러웠는데 이번 탄핵 결정으로 봉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무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모 행정자치부 사무관(32)은 “뒷말이 나올까 봐 정치와 관련된 얘기를 아예 꺼내지도 못했다”며 “헌법재판소 선고가 나 숨통이 좀 트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의 박모 경위(37)도 “집회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고생이 곧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태극기집회에 참가한 사람 중에서도 헌재 결정에 깨끗이 승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박태준 씨(47)는 “헌재가 판결을 내렸는데 승복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더 이상 탄핵 찬반으로 나뉘어 주변 사람과 싸우지 않아도 돼 후련하다”고 했다.

서울 광화문과 시청, 헌재 주변 자영업자들은 “천만다행”이라며 반겼다. 헌재 인근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조모씨(38)는 “그동안 집회 때문에 장사가 전혀 안 돼 문을 닫을 뻔했다”며 “집회가 사라져 손님이 많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