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폴로지'
영화 '어폴로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 '어폴로지'가 오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과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 중국의 차오 할머니,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의 삶을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어폴로지'의 연출을 맡은 티파니 슝 감독은 "2009년 학술여행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게 됐고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할머니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위안부 사건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아시아의 문제도, 역사 속 문제도 아닌 범지구적인 문제라는 것. 티파니 슝 감독은 당초 프로젝트를 2년의 기간을 두고 완성하려 했지만 할머니들의 삶과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데는 긴 시간이 들었다. 덕분에 감독과 할머니는 가족과 같은 관계가 됐다.

티파니 슝 감독은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경험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비밀로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할머니들을 만나며 우리의 시련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내가 그랬듯이 다른 모든 여성들이 할머니들을 통해 용기를 얻게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영화 '어폴로지'
영화 '어폴로지'
'어폴로지'는 할머니들의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부각시키기 보다 사건 이후에 미친 영향과 할머니들의 극복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이 영화는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가 중김이 돼 그동안 정의 구현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진행했던 행보를 쫓는다.

지난 7일 진행된 '어폴로지' 언론시사회에서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는 “외국에서 자란 여성 감독이 과연 이 ‘위안부’ 이야기를 올바르게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면서 경계한 것이 사실"이라고 티파니 슝 감독이 촬영 협조를 구했을 때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가장 먼저 마음을 연 길원옥 할머니를 시작으로, 마치 활동가 같은 모습으로 진심을 담아 촬영에 임해준 티파니 슝을 보면서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보여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관련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폭력적인 모습을 담지 않고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작품들이 나오길 희망한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윤 대표는 위안부 문제를 스스럼 없이 평가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길원옥 할머니의 동행인으로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를 1992년부터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윤 대표는 “항상 오늘이 마지막 수요시위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한다. 이것이 벌써 1273차가 됐다"라며 "하루 빨리 할머니들이 진심 어린 사과를 받길 바란다. 길원옥 할머니가 없는 세상은 상상이 안 된다"라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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