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천국보다 낯선…인간이 몰래 탐한 '인도양의 보석' 세이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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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후의 낙원' 세이셸
화강암 해변·푸른 바다·육지 거북…'신도 쉬어가는' 환상의 섬
거인들이 돌 쌓기 놀이했나? 천재 석공이 만든 작품인가?
영국 왕실 윌리엄 왕세손 신혼여행지
마헤·프랄린·라디그 3대 섬 유명
인간의 손 닿지 않은 신비감 느껴져
남녀 신체 닮은 '섹시한 열매' 눈길
성경 속 에덴동산이 이곳 아닐까…
화강암 해변·푸른 바다·육지 거북…'신도 쉬어가는' 환상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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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 윌리엄 왕세손 신혼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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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손 닿지 않은 신비감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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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에덴동산이 이곳 아닐까…
직접 마주한 세이셸의 해변은 상상 이상이었다. 자연이 공들여 만든 커다란 바위가 예술품처럼 해변에 늘어서 있다. 거인들이 돌 쌓기를 하다 갑작스레 사라진 듯한 기묘한 모습. 뜨거운 태양 아래 커다란 야자수가 인사하듯 한들한들 잎을 흔든다. 하얗게 빛나는 모래사장 앞에는 온갖 파란색으로 물든 바다가 출렁인다. 물빛의 향연에 눈이 황홀하다.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했다. 다이빙을 하자마자 하얀 거품이 온몸을 감싼다. 탄산수 욕조에 빠져버린 기분이 이럴까. 뒤돌아 해변을 바라보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천국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인도양의 보석 같은 섬, 세이셸은 그토록 특별했다.
버킷 리스트 1순위 여행지
‘지상 최후의 낙원’으로 불리는 세이셸은 케냐 나이로비에서 동쪽으로 약 2100㎞ 떨어진 인도양의 섬나라다. 아직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고 화강암과 하얀 모래사장, 야자수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세이셸의 해변은 꿈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한국에는 아직 낯선 곳이다. 지난해 세이셸을 찾은 한국인 방문객은 190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신혼여행객을 중심으로 ‘꿈의 관광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 나르샤가 세이셸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해 세이셸 방문객은 약 30만명에 달하는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인도 관광객이 많다.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세손의 신혼여행지, 데이비드 베컴 부부의 결혼 10주년 여행지가 바로 세이셸이다. ‘초호화 휴양지’로서 세이셸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세이셸만의 언어·의식주 등을 가리켜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 ‘크레올 문화’라고 한다. 크레올은 서인도 제도나 중남미에 이주한 에스파냐인과 프랑스인의 자손을 이르는 말이다. 그 때문에 세이셸은 프랑스와 영국은 물론 아프리카·인도·중국 등 여러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현지인 대부분은 영어·프랑스어·크레올어 3개 언어를 구사한다.
환상으로 떠나는 여행의 관문 세이셸은 아름다운 해변,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로 불리는 야자수의 일종인 코코 드 메르, 300년을 산다는 육지 거북이, 진귀한 동식물, 대자연의 신비 등으로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다. 섬이 115개나 되다 보니 대체 어디를 먼저 가야 할지 막막하다. 5일 일정이라면 마헤(Mahe), 프랄린(Praslin), 라디그(La Digue) 3대 섬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장 큰 섬인 마헤는 세이셸 관광의 출발점이다. 세이셸 전체 인구가 약 9만3000명인데 그중 80%가 마헤 섬에 거주한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라는 빅토리아(Victoria)가 이곳에 있다. 반나절이면 구석구석을 충분히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지만 대통령궁을 비롯해 박물관, 성당, 전통시장, 카페, 레스토랑, 여행사 등 있을 것은 다 있다. 이 작은 수도에도 대표적인 상징물이 있다. 최고 번화가인 인디펜던스 거리 중심에 자리 잡은 빅토리아 시계탑(Victoria Clocktower)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을 기리기 위해 1903년에 세운 것이다. 런던 빅벤 시계탑을 본떠 5m 크기로 축소한 것이라 ‘스몰벤’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처음에는 검은색이던 탑을 1935년 은색으로 다시 칠했다. 도시가 이 시계탑을 중심으로 구성돼 관광객의 길잡이로도 활용된다.
현지인의 생활상을 보고 싶다면 시내 셀윈클라크마켓(Selwyn Clarke Market)으로 가면 된다. 세이셸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1840년에 문을 열었다. 싱싱한 열대 생선을 비롯해 향신료, 꽃, 과일, 채소, 기념품, 의류, 공예품까지 두루 만날 수 있다. 진한 색깔이 인상적인 붉은 퉁돔은 1㎏에 100세이셸루피(약 8400원) 정도. 야자수를 직접 잘라 만들어주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왁자지껄한 시장을 돌다 보면 에너지가 절로 충전될 것이다.
마헤 섬 중앙에 서 있는 산은 해발 905m의 몬 세이셸와(Morne Seychellois)다. 산 중턱에 있는 티 팩토리(Tea Factory)에서 차 생산 과정과 바다가 보이는 절경을 볼 수 있다. 기념품을 고민한다면 이곳에서 해결하면 된다. 공장 옆 허름한 가게에서 세이테(SeyTe)라는 브랜드 차를 판매하는데 레몬, 민트, 딸기, 바닐라, 시나몬 등 6가지 종류의 차를 살 수 있다. 정부가 관리 감독하는 공공기업에서 판매하는 만큼 품질은 보장된다.
만약 ‘전 지구 천하제일 풍경 콘테스트’를 열면 어떨까. 나라마다 최고로 꼽는 여행지를 내놓겠지만 해변만 놓고 따지면 답은 좁혀질 것이다. 세이셸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해변을 가진 나라다. 다채로운 파란빛을 띤 바다와 거대한 화강암이 둘러싼 해변은 세이셸 관광의 하이라이트. 마헤 섬을 찾은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높은 곳은 보 발롱 해변(Beau Vallon Beach)이다. 수도 빅토리아에서 서쪽으로 약 5㎞ 떨어진 해변으로 최고급 리조트부터 값싼 게스트하우스가 이곳에 몰려 있다. 5성급 힐튼, 사보이 계열 호텔도 있지만 4성급 호텔도 ‘차고 넘친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바다는 강한 해류가 없고 발을 다칠 만한 돌이나 산호가 없어서 물놀이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원한다면 보 발롱 해변에서 가까운 카라나(Carana) 해변이나 글라시스 해변(Glacis Beach)도 추천할 만하다. 화강암 바위가 곳곳에 늘어선 모래사장으로 여유롭게 쉬기 좋다.
신도 쉬어갈 만한 섬, 라디그 세이셸의 매력적인 풍광은 마헤뿐만 아니라 주변 섬에서도 여럿 볼 수 있다. ‘신도 쉬어가고 싶은’ 라디그 섬은 마헤에서 50㎞ 떨어져 있다. 고속페리로 가면 프랄린 섬을 경유해 1시간 정도 걸린다. 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정도뿐. 효율적인 관광을 위해 라디그 항구에서 가까운 세이셸 관광정보센터로 향했다. 추천여행지를 묻자 지도를 보여주던 관광청 직원은 한 지점을 찍으면서 말했다. “앙스 수스 다정으로 가세요.” 라디그 섬에 오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찾는 해변이란다.
앙스 수스 다정(Anse Source d’Ardent)은 라디그 항구에서 남쪽으로 2.7㎞ 정도 가야 닿는다. 도보로 가면 왕복에만 1시간 정도 걸린다. 라디그에는 차가 드물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어렵다. 관광청 직원이 안내한 곳은 자전거 대여점. 짐을 싣는 노란 바구니가 달린 허름한 자전거는 페달이 망가져 있었지만 타는 데 문제는 없어 보였다. 힘차게 출발하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간질인다. 신나게 달리다 보니 금방 해변 입구에 닿았다. 앙스 수스 다정 해변으로 가려면 유니언 이스테이트(Union Estate)를 지나야 한다. 입장료는 100세이셸루피(약 8400원)인데 현금만 받으므로 미리 환전해두는 것이 좋다.
유니언 이스테이트의 볼거리는 코코넛 농장, 바닐라 농장, 코코넛 과육을 말린 코프라 가공공장 등이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 몸무게가 200~300㎏에 이르고 최고 300년을 사는 세이셸 고유종이다. 유니언 이스테이트 내에는 15마리 정도의 알다브라 거북이 살고 있는데 오전에는 먹이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햇빛이 강한 오후에는 늪지에서 쉰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지 먹이를 주면 다가와서 덥석 받아먹는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앙스 수스 다정에 닿는다. 라디그 섬을 방문하는 이유인 곳이 코앞이다. 해변 입구에는 거대한 화강암이 문처럼 서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마추픽추를 건설한 잉카인들의 유산과 비슷해 보인다. 바위 사이로 들어가자 해변이 나타났다. 함께 걷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어댔다. 새하얀 모래사장 주변에는 유려한 곡선으로 이뤄진 집채만한 화강암이 있다. 해변에 커다란 조각품을 늘어놓은 듯한 정경.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는 “곡선은 신의 선이고, 직선은 인간의 선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작품세계를 자연이 구현한 듯한 곳이 앙스 수스 다정이다. 세이셸은 약 1억5000만년 전 지구 남반구에 있었던 곤드나와 대륙이 침강하면서 생긴 섬이다. 그 당시 화강암이 해변 곳곳에 남아 있어 지금처럼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바닷속에는 안내하듯 긴 물길이 나 있다.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간 사람들은 즐겁게 물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름다운 해변에 작열하는 태양, 밀가루 같이 고운 모래사장과 푸른 물빛의 조화는 가히 낙원이라 부를 만하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촬영한 곳도 앙스 수스 다정이다. 영화는 무인도에 표류한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무인도 체험을 하라면 지원자가 엄청나지 않을까.
세계 제일의 섹시한 열매를 만나다
프랄린은 라디그에서 페리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닿는 섬이다. 이곳에는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발레 드 메 국립공원이 있다. 17세기 이곳을 처음 발견한 영국의 고든 장군은 성경 속 에덴동산이 바로 이곳일 것이라고 감탄했단다.
발레 드 메 국립공원에는 오직 세이셸에서만 서식하는 코코 드 메르(Coco de Mer) 야자수 약 6000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코코 드 메르는 크기와 모습부터가 남다르다. 25㎏에 육박하는 코코 드 메르의 수나무 열매는 남성의 상징을 닮았고, 암나무는 여자의 신체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로 불린다.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쫓아내고 상심한 신이 인간의 모습을 본떠 만든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인간의 몸과 닮았다. 코코 드 메르 야자수가 어릴 때는 암수를 구분할 수 없다. 열매가 열리려면 25년 정도 자라야 한다. 잎을 세면 나이를 알 수 있다. 잎이 25개면 25년 된 야자수라고 보면 된다. 야자수는 평균 24~35m까지 자라는데 그 높이 때문에 발레 드 메는 ‘거인의 숲’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곳에는 코코 드 메르 외에도 6종의 세이셸 토종 야자수가 자라고 있다. 종종 나무에 붙어 있는 도마뱀을 볼 수 있는데 보호색 때문에 찾아내기 어렵다. 이 녀석들은 코코 드 메르의 수술에 있는 꽃가루를 몸에 묻히고 암나무로 옮겨 다니며 수정을 도와준다. 공원 내부에선 식물뿐만 아니라 멸종 위기에 놓인 블랙 앵무새 등 독특한 조류도 볼 수 있다. 발레 드 메 입장료는 성인 320세이셸루피(약 2만7600원).
프랄린 섬의 해변을 보고 싶다면 앙스 라지오(Anse Lazio)를 방문해보자. 여행정보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가 발표한 ‘트래블러즈 초이스 비치 어워드 2015’에서 6위에 오른 곳이다. 기린처럼 목을 쭉 내민 야자수와 어우러진 해변을 벗 삼아 근처 레스토랑에서 크레올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추천 요리는 문어를 넣어 만든 카레요리. 매콤해서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세이셸=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여행정보
세이셸은 비자가 필요 없다. 한국에서 세이셸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다. 에티하드항공은 아부다비를 거쳐 세이셸로 들어간다. 소요시간은 인천~아부다비가 10시간30분, 아부다비~마헤가 4시간30분 정도다. 날씨는 1년 내내 따뜻한 열대기후다. 수영, 스노클링의 경우 수온이 29도까지 올라가는 4~5월, 10~11월이 가장 좋다. 화폐는 세이셸루피를 쓴다. 올해 3월 기준 1세이셸루피가 84원 정도. 마헤 주변 섬 여행은 페리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페리 예약은 캣 코코스(seychellesbookings.com/cat-cocos)에서 할 수 있다. 마헤 섬 내 이동은 택시가 편하다. 버스는 오후 8시 이후에는 운행하지 않기 때문. 추천 기사는 세이셸관광청과 일하는 말론 파나가리 씨. 운전뿐만 아니라 해박한 지식으로 가이드 역할까지 겸한다. 예약을 원할 경우 이메일(wildnaeg6@gmail.com)로 신청하면 된다. 하루 비용은 1만2000원부터.
추천 숙소는 마헤 섬 북서쪽의 콘스탄스 에필리아(Constance Ephelia) 리조트다. 2014년 트립어드바이저가 ‘으뜸 시설상’으로 선정한 곳이다. 국립공원 옆에 있으며 남쪽에는 주니어 스위트, 북쪽에는 힐사이드 빌라, 시니어 스위트 등 다양한 객실이 있다. 마헤 섬 빅토리아 시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에덴블루(Eden Blue)호텔은 세이셸에 있는 유일한 비즈니스 호텔이다. 내부에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이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총 87개의 객실이 있고 요트가 가득한 항구를 바라보고 있다. 세이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세이셸관광청 한국어 홈페이지(visitseychelles.co.kr)를 참조하자.
버킷 리스트 1순위 여행지
‘지상 최후의 낙원’으로 불리는 세이셸은 케냐 나이로비에서 동쪽으로 약 2100㎞ 떨어진 인도양의 섬나라다. 아직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고 화강암과 하얀 모래사장, 야자수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세이셸의 해변은 꿈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한국에는 아직 낯선 곳이다. 지난해 세이셸을 찾은 한국인 방문객은 190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신혼여행객을 중심으로 ‘꿈의 관광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 나르샤가 세이셸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해 세이셸 방문객은 약 30만명에 달하는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인도 관광객이 많다.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세손의 신혼여행지, 데이비드 베컴 부부의 결혼 10주년 여행지가 바로 세이셸이다. ‘초호화 휴양지’로서 세이셸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세이셸만의 언어·의식주 등을 가리켜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 ‘크레올 문화’라고 한다. 크레올은 서인도 제도나 중남미에 이주한 에스파냐인과 프랑스인의 자손을 이르는 말이다. 그 때문에 세이셸은 프랑스와 영국은 물론 아프리카·인도·중국 등 여러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현지인 대부분은 영어·프랑스어·크레올어 3개 언어를 구사한다.
환상으로 떠나는 여행의 관문 세이셸은 아름다운 해변,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로 불리는 야자수의 일종인 코코 드 메르, 300년을 산다는 육지 거북이, 진귀한 동식물, 대자연의 신비 등으로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다. 섬이 115개나 되다 보니 대체 어디를 먼저 가야 할지 막막하다. 5일 일정이라면 마헤(Mahe), 프랄린(Praslin), 라디그(La Digue) 3대 섬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장 큰 섬인 마헤는 세이셸 관광의 출발점이다. 세이셸 전체 인구가 약 9만3000명인데 그중 80%가 마헤 섬에 거주한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라는 빅토리아(Victoria)가 이곳에 있다. 반나절이면 구석구석을 충분히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지만 대통령궁을 비롯해 박물관, 성당, 전통시장, 카페, 레스토랑, 여행사 등 있을 것은 다 있다. 이 작은 수도에도 대표적인 상징물이 있다. 최고 번화가인 인디펜던스 거리 중심에 자리 잡은 빅토리아 시계탑(Victoria Clocktower)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을 기리기 위해 1903년에 세운 것이다. 런던 빅벤 시계탑을 본떠 5m 크기로 축소한 것이라 ‘스몰벤’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처음에는 검은색이던 탑을 1935년 은색으로 다시 칠했다. 도시가 이 시계탑을 중심으로 구성돼 관광객의 길잡이로도 활용된다.
현지인의 생활상을 보고 싶다면 시내 셀윈클라크마켓(Selwyn Clarke Market)으로 가면 된다. 세이셸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1840년에 문을 열었다. 싱싱한 열대 생선을 비롯해 향신료, 꽃, 과일, 채소, 기념품, 의류, 공예품까지 두루 만날 수 있다. 진한 색깔이 인상적인 붉은 퉁돔은 1㎏에 100세이셸루피(약 8400원) 정도. 야자수를 직접 잘라 만들어주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왁자지껄한 시장을 돌다 보면 에너지가 절로 충전될 것이다.
마헤 섬 중앙에 서 있는 산은 해발 905m의 몬 세이셸와(Morne Seychellois)다. 산 중턱에 있는 티 팩토리(Tea Factory)에서 차 생산 과정과 바다가 보이는 절경을 볼 수 있다. 기념품을 고민한다면 이곳에서 해결하면 된다. 공장 옆 허름한 가게에서 세이테(SeyTe)라는 브랜드 차를 판매하는데 레몬, 민트, 딸기, 바닐라, 시나몬 등 6가지 종류의 차를 살 수 있다. 정부가 관리 감독하는 공공기업에서 판매하는 만큼 품질은 보장된다.
만약 ‘전 지구 천하제일 풍경 콘테스트’를 열면 어떨까. 나라마다 최고로 꼽는 여행지를 내놓겠지만 해변만 놓고 따지면 답은 좁혀질 것이다. 세이셸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해변을 가진 나라다. 다채로운 파란빛을 띤 바다와 거대한 화강암이 둘러싼 해변은 세이셸 관광의 하이라이트. 마헤 섬을 찾은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높은 곳은 보 발롱 해변(Beau Vallon Beach)이다. 수도 빅토리아에서 서쪽으로 약 5㎞ 떨어진 해변으로 최고급 리조트부터 값싼 게스트하우스가 이곳에 몰려 있다. 5성급 힐튼, 사보이 계열 호텔도 있지만 4성급 호텔도 ‘차고 넘친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바다는 강한 해류가 없고 발을 다칠 만한 돌이나 산호가 없어서 물놀이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원한다면 보 발롱 해변에서 가까운 카라나(Carana) 해변이나 글라시스 해변(Glacis Beach)도 추천할 만하다. 화강암 바위가 곳곳에 늘어선 모래사장으로 여유롭게 쉬기 좋다.
신도 쉬어갈 만한 섬, 라디그 세이셸의 매력적인 풍광은 마헤뿐만 아니라 주변 섬에서도 여럿 볼 수 있다. ‘신도 쉬어가고 싶은’ 라디그 섬은 마헤에서 50㎞ 떨어져 있다. 고속페리로 가면 프랄린 섬을 경유해 1시간 정도 걸린다. 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정도뿐. 효율적인 관광을 위해 라디그 항구에서 가까운 세이셸 관광정보센터로 향했다. 추천여행지를 묻자 지도를 보여주던 관광청 직원은 한 지점을 찍으면서 말했다. “앙스 수스 다정으로 가세요.” 라디그 섬에 오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찾는 해변이란다.
앙스 수스 다정(Anse Source d’Ardent)은 라디그 항구에서 남쪽으로 2.7㎞ 정도 가야 닿는다. 도보로 가면 왕복에만 1시간 정도 걸린다. 라디그에는 차가 드물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어렵다. 관광청 직원이 안내한 곳은 자전거 대여점. 짐을 싣는 노란 바구니가 달린 허름한 자전거는 페달이 망가져 있었지만 타는 데 문제는 없어 보였다. 힘차게 출발하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간질인다. 신나게 달리다 보니 금방 해변 입구에 닿았다. 앙스 수스 다정 해변으로 가려면 유니언 이스테이트(Union Estate)를 지나야 한다. 입장료는 100세이셸루피(약 8400원)인데 현금만 받으므로 미리 환전해두는 것이 좋다.
유니언 이스테이트의 볼거리는 코코넛 농장, 바닐라 농장, 코코넛 과육을 말린 코프라 가공공장 등이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 몸무게가 200~300㎏에 이르고 최고 300년을 사는 세이셸 고유종이다. 유니언 이스테이트 내에는 15마리 정도의 알다브라 거북이 살고 있는데 오전에는 먹이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햇빛이 강한 오후에는 늪지에서 쉰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지 먹이를 주면 다가와서 덥석 받아먹는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앙스 수스 다정에 닿는다. 라디그 섬을 방문하는 이유인 곳이 코앞이다. 해변 입구에는 거대한 화강암이 문처럼 서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마추픽추를 건설한 잉카인들의 유산과 비슷해 보인다. 바위 사이로 들어가자 해변이 나타났다. 함께 걷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어댔다. 새하얀 모래사장 주변에는 유려한 곡선으로 이뤄진 집채만한 화강암이 있다. 해변에 커다란 조각품을 늘어놓은 듯한 정경.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는 “곡선은 신의 선이고, 직선은 인간의 선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작품세계를 자연이 구현한 듯한 곳이 앙스 수스 다정이다. 세이셸은 약 1억5000만년 전 지구 남반구에 있었던 곤드나와 대륙이 침강하면서 생긴 섬이다. 그 당시 화강암이 해변 곳곳에 남아 있어 지금처럼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바닷속에는 안내하듯 긴 물길이 나 있다.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간 사람들은 즐겁게 물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름다운 해변에 작열하는 태양, 밀가루 같이 고운 모래사장과 푸른 물빛의 조화는 가히 낙원이라 부를 만하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촬영한 곳도 앙스 수스 다정이다. 영화는 무인도에 표류한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무인도 체험을 하라면 지원자가 엄청나지 않을까.
세계 제일의 섹시한 열매를 만나다
프랄린은 라디그에서 페리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닿는 섬이다. 이곳에는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발레 드 메 국립공원이 있다. 17세기 이곳을 처음 발견한 영국의 고든 장군은 성경 속 에덴동산이 바로 이곳일 것이라고 감탄했단다.
발레 드 메 국립공원에는 오직 세이셸에서만 서식하는 코코 드 메르(Coco de Mer) 야자수 약 6000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코코 드 메르는 크기와 모습부터가 남다르다. 25㎏에 육박하는 코코 드 메르의 수나무 열매는 남성의 상징을 닮았고, 암나무는 여자의 신체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로 불린다.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쫓아내고 상심한 신이 인간의 모습을 본떠 만든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인간의 몸과 닮았다. 코코 드 메르 야자수가 어릴 때는 암수를 구분할 수 없다. 열매가 열리려면 25년 정도 자라야 한다. 잎을 세면 나이를 알 수 있다. 잎이 25개면 25년 된 야자수라고 보면 된다. 야자수는 평균 24~35m까지 자라는데 그 높이 때문에 발레 드 메는 ‘거인의 숲’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곳에는 코코 드 메르 외에도 6종의 세이셸 토종 야자수가 자라고 있다. 종종 나무에 붙어 있는 도마뱀을 볼 수 있는데 보호색 때문에 찾아내기 어렵다. 이 녀석들은 코코 드 메르의 수술에 있는 꽃가루를 몸에 묻히고 암나무로 옮겨 다니며 수정을 도와준다. 공원 내부에선 식물뿐만 아니라 멸종 위기에 놓인 블랙 앵무새 등 독특한 조류도 볼 수 있다. 발레 드 메 입장료는 성인 320세이셸루피(약 2만7600원).
프랄린 섬의 해변을 보고 싶다면 앙스 라지오(Anse Lazio)를 방문해보자. 여행정보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가 발표한 ‘트래블러즈 초이스 비치 어워드 2015’에서 6위에 오른 곳이다. 기린처럼 목을 쭉 내민 야자수와 어우러진 해변을 벗 삼아 근처 레스토랑에서 크레올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추천 요리는 문어를 넣어 만든 카레요리. 매콤해서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세이셸=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여행정보
세이셸은 비자가 필요 없다. 한국에서 세이셸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다. 에티하드항공은 아부다비를 거쳐 세이셸로 들어간다. 소요시간은 인천~아부다비가 10시간30분, 아부다비~마헤가 4시간30분 정도다. 날씨는 1년 내내 따뜻한 열대기후다. 수영, 스노클링의 경우 수온이 29도까지 올라가는 4~5월, 10~11월이 가장 좋다. 화폐는 세이셸루피를 쓴다. 올해 3월 기준 1세이셸루피가 84원 정도. 마헤 주변 섬 여행은 페리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페리 예약은 캣 코코스(seychellesbookings.com/cat-cocos)에서 할 수 있다. 마헤 섬 내 이동은 택시가 편하다. 버스는 오후 8시 이후에는 운행하지 않기 때문. 추천 기사는 세이셸관광청과 일하는 말론 파나가리 씨. 운전뿐만 아니라 해박한 지식으로 가이드 역할까지 겸한다. 예약을 원할 경우 이메일(wildnaeg6@gmail.com)로 신청하면 된다. 하루 비용은 1만2000원부터.
추천 숙소는 마헤 섬 북서쪽의 콘스탄스 에필리아(Constance Ephelia) 리조트다. 2014년 트립어드바이저가 ‘으뜸 시설상’으로 선정한 곳이다. 국립공원 옆에 있으며 남쪽에는 주니어 스위트, 북쪽에는 힐사이드 빌라, 시니어 스위트 등 다양한 객실이 있다. 마헤 섬 빅토리아 시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에덴블루(Eden Blue)호텔은 세이셸에 있는 유일한 비즈니스 호텔이다. 내부에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이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총 87개의 객실이 있고 요트가 가득한 항구를 바라보고 있다. 세이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세이셸관광청 한국어 홈페이지(visitseychelles.co.kr)를 참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