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보복 숨고르기 나서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11일 ‘대선 앞둔 한국, 외교 변화 얼마나 클까’란 제목의 사평(社評)에서 “박 전 대통령 청산 작업이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그가 추진한 각종 정책이 잘못됐다면 이 또한 다시 고려하고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의 외교정책과 관련해 “임기 전반기엔 중·미 간 균형정책을 취하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미국 품에 안겼다”고 평가하면서 “(외교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한국 사회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태도는 모순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력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드 배치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그가 당선되면 한국 외교는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중국 정부가 한국의 대선 일정을 감안해 당분간은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복의 고삐를 조이진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최근 중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그룹이 ‘현시점에서 보복 조치의 강도를 높이면 한국 내 반중(反中) 정서를 증폭시켜 향후 대선 국면에서 사드 반대론자들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중국 지도부에 올렸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국 대기업 대표도 “10일로 예정됐던 일부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방점검 등이 연기된 것도 중국 정부 내의 기류 변화를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주중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오는 15일 소비자의 날에 방영되는 중국 관영 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晩會)’가 사드보복 조치의 단기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롯데그룹을 비롯한 한국 기업이 집중 타깃이 되면 중국 내 한국 상품 불매 운동이 더욱 확대될 수 있어서다.
한편 한국무역협회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 597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6.2%인 335개가 이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답했다고 12일 밝혔다. 3개월 안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도 197개(32.9%)에 달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김순신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