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실종된 '식물국회'…누가 집권해도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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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하는 대통령, 조정력 잃은 여당, 반대 프레임 갇힌 야당
아무것도 못하는 정치
국회선진화법 발목 잡혀 서비스업법 등 5년여 표류
다수결 원칙 준수해야
아무것도 못하는 정치
국회선진화법 발목 잡혀 서비스업법 등 5년여 표류
다수결 원칙 준수해야
우리 국회의 생산성이 낮은 것은 수치로 나타난다. 지난 19대 국회 4년 동안 법안 처리율은 43.4%로 역대 최저였다. 20대 국회 들어 지난 9개월여간 법안 5893건이 제출(12일 기준)됐으나 1211건이 국회 문턱을 넘어 처리율은 20.55%였다.
이렇게 된 외형적 이유는 19대 국회부터 시행된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소수당이 반대하면 법안을 처리하기 힘들다. ‘식물국회법’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국회 마비의 근본 원인은 타협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소통에 적극 나서지 않은 대통령과 선진화법 핑계만 대며 조정력을 상실한 여당, ‘반대를 위한 반대’ 프레임에 갇힌 야당이 합작해 3류 정치를 만들어 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동물국회·식물국회 오명 들어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협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차기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안 하나 처리하기 힘들 수 있어서다. 진정한 협치와 함께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을 준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소수 의견을 무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대화와 타협을 존중하되 끝내 결론을 이루지 못하면 마지막 수단은 표결이다. 우리 국회에선 이런 대의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타협이 불발하고 표결 처리 절차로 들어가면 소수당이 물리적·폭력적 수단으로 막아 온 사례는 많다. 그래서 ‘동물국회’ 오명을 들었다. 폭력 국회에서 벗어나고자 2012년 선진화법을 만들었다. 여야 이견이 있는 법안을 처리하려면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하도록 했다. 야당이 반대하는 주요 법안은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며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을 불렀다.
소수당은 선진화법을 장내 투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2011년 12월 발의됐으나 2012년 18대 국회, 2016년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 다시 발의됐지만 먼지만 쌓여 있다.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은 말만 꺼낸 채 한 발짝도 진전을 못하고 있다.
◆‘합의의 덫’ 걸려 법안 흥정 횡행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합의의 덫’에 걸리다 보니 ‘주고받기식 흥정’이 횡행했다. 여당은 법안 하나 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요구하는 법안을 끼워 넣는 방식이다. 19대 국회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와 관련한 국회법 개정안, 관광진흥법과 최저임금법 개정안, 외국인투자촉진법과 상설특검법 등이 각각 연계 처리 대상이 됐다.
지난해엔 야당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조건으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투입,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 등을 요구했다. 소수당 요구를 대폭 받아들인 결과 법안 취지가 변질되면서 ‘누더기’가 된 사례도 적지 않다.
여야는 20대 국회 임기 시작 전부터 협치를 다짐했지만 다당 체제에 걸맞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협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수결 원칙과 함께 연계전략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수술하겠다며 개헌 등을 통해 국회 권력을 더 키우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국회선진화법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과 전시, 사변 등으로 제한하고 상임위원회에서 통과가 안 되는 쟁점법안은 ‘안건 신속처리제도’를 통해 본회의에 올리도록 했다. 해당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 또는 전체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이렇게 된 외형적 이유는 19대 국회부터 시행된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소수당이 반대하면 법안을 처리하기 힘들다. ‘식물국회법’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국회 마비의 근본 원인은 타협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소통에 적극 나서지 않은 대통령과 선진화법 핑계만 대며 조정력을 상실한 여당, ‘반대를 위한 반대’ 프레임에 갇힌 야당이 합작해 3류 정치를 만들어 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동물국회·식물국회 오명 들어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협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차기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안 하나 처리하기 힘들 수 있어서다. 진정한 협치와 함께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을 준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소수 의견을 무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대화와 타협을 존중하되 끝내 결론을 이루지 못하면 마지막 수단은 표결이다. 우리 국회에선 이런 대의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타협이 불발하고 표결 처리 절차로 들어가면 소수당이 물리적·폭력적 수단으로 막아 온 사례는 많다. 그래서 ‘동물국회’ 오명을 들었다. 폭력 국회에서 벗어나고자 2012년 선진화법을 만들었다. 여야 이견이 있는 법안을 처리하려면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하도록 했다. 야당이 반대하는 주요 법안은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며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을 불렀다.
소수당은 선진화법을 장내 투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2011년 12월 발의됐으나 2012년 18대 국회, 2016년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 다시 발의됐지만 먼지만 쌓여 있다.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은 말만 꺼낸 채 한 발짝도 진전을 못하고 있다.
◆‘합의의 덫’ 걸려 법안 흥정 횡행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합의의 덫’에 걸리다 보니 ‘주고받기식 흥정’이 횡행했다. 여당은 법안 하나 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요구하는 법안을 끼워 넣는 방식이다. 19대 국회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와 관련한 국회법 개정안, 관광진흥법과 최저임금법 개정안, 외국인투자촉진법과 상설특검법 등이 각각 연계 처리 대상이 됐다.
지난해엔 야당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조건으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투입,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 등을 요구했다. 소수당 요구를 대폭 받아들인 결과 법안 취지가 변질되면서 ‘누더기’가 된 사례도 적지 않다.
여야는 20대 국회 임기 시작 전부터 협치를 다짐했지만 다당 체제에 걸맞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협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수결 원칙과 함께 연계전략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수술하겠다며 개헌 등을 통해 국회 권력을 더 키우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국회선진화법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과 전시, 사변 등으로 제한하고 상임위원회에서 통과가 안 되는 쟁점법안은 ‘안건 신속처리제도’를 통해 본회의에 올리도록 했다. 해당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 또는 전체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