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소비자 설문 미공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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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조사 결과 부정적 평가 적잖아
재논의에 비판 여론 반영 안 돼
조사 결과 부정적 평가 적잖아
재논의에 비판 여론 반영 안 돼
![도서정가제 소비자 설문 미공개 이유는?](https://img.hankyung.com/photo/201703/01.13503877.1.jpg)
왜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느냐고 문체부 관계자에게 물었다. “정책 효과를 중심으로 발표 자료를 구성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답했다. 시행된 제도에 대한 정책 소비자의 반응은 정책 효과가 아니라는 걸까.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소비자들은 도정제를 잘 모르거나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응답자의 52%가 도정제를 전혀 모르거나 잘 모른다고 답했다. 도정제를 ‘매우 또는 대체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29.4%)이 ‘매우 또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28.2%)보다 약간 많았다.
문체부의 당초 예상과 달라서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이유다. 문체부는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2014년 개정 도정제 시행을 강행했다.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끼치는 가격통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정작 소비자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설문조사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는지도 의문이다. 도정제에 대한 네티즌의 여론을 보면 비판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비슷한 이번 설문조사와는 상당한 온도 차가 느껴진다.
김병욱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문체부가 지난달 구성한 ‘도서정가제 보완·개정 협의회’에는 모두 8명의 민간위원이 참여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서점인협의회 등 네 곳은 책의 할인율을 낮추거나 아예 할인을 금지하는 완전정가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보문고와 예스24는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고 한다. 소비자단체 몫으로 참여한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여성소비자연합도 “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유보적이다. 적잖은 비중의 도정제 비판 여론은 문체부의 재논의 과정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 도서정가제
책 소매가격을 정가 대비 최대 10% 이상 할인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로 2003년부터 시행됐다. 애초 출간한 지 18개월이 안 된 신간(新刊)에만 적용됐으나 2014년 11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구간(舊刊)에도 확대 적용됐다. 최대 마일리지 제공률도 구입액의 9%에서 5%로 축소됐다.
양병훈 문화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