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책장에 꽂아두는 준법감시규정은 소용없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강화된 미국 기업준법감시 평가기준
기업비리 인한 개인책임 면하려면
CEO 솔선수범, 현장서 지켜져야
이원조 < DLA Piper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한국총괄대표 >
기업비리 인한 개인책임 면하려면
CEO 솔선수범, 현장서 지켜져야
이원조 < DLA Piper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한국총괄대표 >
![[기고] 책장에 꽂아두는 준법감시규정은 소용없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03/AA.13500117.1.jpg)
1년여 전 미 법무차관이 기업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업 내 관련자들의 개인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메모(예이츠 메모)를 발표한 지 약 두 달 후, 법무부는 사상 처음으로 다국적기업에서 준법감시업무 경험이 풍부한 사내변호사를 사기전담부서의 기업 준법감시 전문가로 영입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미 법무부가 기업 비리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사할 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층과 준법감시인들의 개인적인 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미국 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제 미 법무부는 기업 비리를 조사할 때 어떤 기업의 준법감시제도나 절차가 실무에 얼마나 잘 반영되고, 현장에서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이 지침서의 5개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효과적인 준법감시 프로그램은 최고경영층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최고경영층부터 말과 행동으로 준법감시를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법무부는 기업 준법감시문화 준수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서 최고경영층뿐만 아니라 재무, 법무, 감사, 구매, 인사부서와 같은 준법감시 관련 핵심 부서들이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는가를 조사하고, 최고경영층의 행동은 어떻게 모니터링하며, 이사회는 어떤 준법감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는가 등을 따져 보겠다고 밝혔다.
둘째, 회사는 준법감시프로그램을 위해 적당한 예산 및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준법감시팀원들의 직급, 연봉 수준과 관련 분야 경험 및 전문자격 유무, 배정된 예산 등이 그 회사가 얼마나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중요시하는가를 보여준다고 여긴다.
셋째, 준법감시팀은 독립적이어야 하고, 회사의 결정권자들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 미 법무부는 준법감시인들이 얼마나 정기적으로 이사회에 보고하는가, 최고 결정권자에 대한 보고체계는 어떻게 돼 있는가, 준법감시팀의 인사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준법감시팀의 회의에 이사진이 참석하는가 등을 고려한다.
넷째, 준법감시제도가 회사 내부절차에 충분히 융합돼야 한다. 예컨대 현금은 누가 지출을 허가하고, 누가 실제로 지급하는지가 명확한가, 또 그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았는가, 하도급과 관련돼 있다면 그들의 선정절차는 투명한가 등이다. 준법감시교육도 형식적이지 않으며 직원들이 이해하도록 수준에 맞게 준비돼 있는가, 내부고발자를 회사가 지켜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끝으로 회사는 지속적으로 준법감시프로그램을 향상시켜야 한다. 발생 가능한 잠재적 문제점들을 사전에 파악해 선도적으로 가르쳐야 하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준법감시 위반 사례가 있다면 교육, 제도, 절차 등을 지속해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순실 사태’로 한국 기업에 대해선 세계가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다. 이제 미국과 관련 있는 한국 기업들의 최고경영층, 준법감시인들은 만약의 경우 기업 비리 발생 시 개인 책임을 면하려면 자사의 준법감시제도를 이 지침서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제 책장에 꽂아두는 준법감시규정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이원조 < DLA Piper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한국총괄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