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소외된 유통규제 5년] 골목상권 보호만 외치며…소비자 불만 외면한 '불통' 유통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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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의무휴업일에 마트 대신 전통시장 간다" 10.7% 불과
"의무휴업일에 마트 대신 전통시장 간다" 10.7% 불과
![[소비자 소외된 유통규제 5년] 골목상권 보호만 외치며…소비자 불만 외면한 '불통' 유통규제](https://img.hankyung.com/photo/201703/01.13503219.1.jpg)
이런 과정을 거쳐 작년부터 유통 규제 법안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지난해 총선 이후 20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수만 20개다. 다른 의원이 유통 규제를 만들면 경쟁적으로 비슷한 법안을 또 발의해 생긴 결과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졸속 입법”이라고 지적한다. 목소리 큰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얘기만 들을 뿐 다른 이해 관계자들의 주장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조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응집력 있는 소수의 입장만 대변한 셈이다.
이 과정에선 법이 제정되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쏙 빠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소상공인들과 달리 뭉치지 못한다. 입법 과정에서 목소리도 제대로 낼 수 없다.
소비자가 소외됐다는 사실은 한국경제신문이 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마크로밀엠브레인과 함께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회가 추진하는 대형마트 규제 확대에 찬성하는 비율은 26.9%에 불과했다.
백화점과 아울렛도 대형마트처럼 주말에 의무적으로 쉬게 하는 방안에도 34.5%만 찬성했다. 자유한국당이 추진 중인 편의점 심야 영업 금지를 지지하는 비율은 6.6%에 그쳤다.
2012년 3월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시행한 대형마트 규제의 효과에 대해서도 대다수 소비자는 물음표를 던졌다. 대형마트가 문 닫는 일요일에 전통시장을 간다고 답한 비율은 10.7%밖에 안 됐다. 편의점(41.6%)과 문 닫지 않는 다른 마트(14.5%)를 찾는 소비자가 더 많았다. ‘안 사고 참는다’는 비율도 23.3%에 달했다. 우려했던 소비증발 현상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대해서도 10명 중 8명은 휴업일을 무조건 평일로 바꾸거나(42.5%) 지역 상인과 협의해 조정해야 한다(36.5%)고 답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런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조기 대선이 끝나면 더불어민주당 등은 지금보다 더 강화된 유통 규제를 들고나올 계획이다. 명분은 대형마트뿐 아니라 아울렛과 복합쇼핑몰로부터 전통시장을 비롯한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소상공인 등 유통상들을 보호하면 할수록 더 큰 유통마진을 부담하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정인설 생활경제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