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사장, 김열중 부사장(CFO) 등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내린 과징금과 해임 권고 등의 제재가 과도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우조선 경영진은 원가 절감을 지시한 것이 회계 조작 지시로 오해받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경영진의 분식회계 혐의 해소 없인 ‘수주 절벽’과 유동성 위기를 넘어서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우조선 '분식회계 제재' 금융위에 행정소송
◆“조작이 아니라 원가 절감 지시”

대우조선 '분식회계 제재' 금융위에 행정소송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이달 말 열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김 부사장 해임건의안을 안건에 넣지 않기로 했다. 주총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달 증선위는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며 △과징금 45억원 △외부감사인 지정 3년 △고재호 전 대표이사 사장 과징금 1600만원 △정 사장 과징금 1200만원 △김 부사장 해임 권고 등의 조치를 내렸다. 시장에서는 주총을 통해 새 CFO를 선임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조선은 그러나 정 사장과 김 부사장의 책임을 물은 증선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정 사장에게 회계 사기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검찰과 증선위는 2015년 5월 취임한 정 사장이 2016년 대규모 실적 개선 효과를 보기 위해 2013년과 2014년 손실을 2015년에 한꺼번에 반영했다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손실을 잘못 반영한 것은 ‘직원 실수’라고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검찰과 증선위는 또 현 경영진이 작년 1~3월 회사 재무부서에 영업손실 규모를 1200억원가량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대우조선이 자본잠식률 50%를 넘어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분식회계라는 판단이다. 대우조선은 “실제 축소 규모는 300억~400억원이었고 당시 정 사장이 ‘원가 절감’을 지시했지만 실무 직원이 오해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또 관리종목 지정을 고의로 피했다는 주장도 “이미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통해 4조2000억원을 지원받기로 한 만큼 관리종목 지정 여부가 회사 경영에 큰 의미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현 경영진 없으면 위기 심화”

대우조선은 세계 해운업계 ‘큰손’인 그리스의 존 안젤리쿠시스, 노르웨이 ‘선박왕’ 존 프레드릭센 등과 친분이 깊은 정 사장이 검찰 조사 이후 물러나면 수주전선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경영진이 바뀌면 수주 영업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부도 검찰이 정 사장의 불구속기소를 검토하자 정 사장이 없으면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의 생존에 타격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달 하순 대우조선의 2016년 실적이 나오는 것을 고려해 대규모 자본 확충과 유동성 공급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최종 대책은 여야 정치권 동의를 얻어 확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모드로 전환되면서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종합 대책은 차기 정부에서 세우고 이번에는 단기적인 유동성 대책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